J Family Story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아홉 번째 이야기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네팔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아홉 번째 이야기

JosephKimImage 2011. 1. 30. 05:58


일단 루끌라를 나와 걷기 시작하니 마음이 진정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맘 편하게 트레킹 더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던 거죠.

그리고 내려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다 보니 버스를 타기 위해 지리까지 갈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리 말고도 반다르BHANDAR와 시발라야SHIVALAYA, 그리고 데우랄리DEURALI에서도 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거리 순으로 보면 ‘지리-시발라야-데우랄리-반다르--루끌라’ 인데, 그나마 루끌라에서 가장 가까운 반다르나 데우랄리의 경우 5일이 걸리고 시발라야는 6일, 지리는 7일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반다르까지 가서 버스를 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거긴 길이 너무 안 좋아 힘들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흰 데우랄리까지 가기로 다시 계획을 바꾸었죠.



일단, 데우랄리까지 가는 길에 대해 간단히 소감을 말씀 드리자면 정말 수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 맞더군요;;; 길이 어찌나 피곤하던지...
하루 이동 코스에 고도 1000미터씩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고 하더군요.
기껏 내려가면 다시 한참을 올라가고...



그나마 에베레스트 트레킹 코스보다 주변 경관이 예뻐서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인에게서 듣기론 우리나라에 어느 스님이 여길 다녀오시고 책을 쓰셨다던데 정말 그럴 만 하다 싶었네요.



비록 마음을 고쳐먹고 즐겁게 내려가자 하며 출발은 했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젠 아내는 12kg, 전 20kg 가까이 되는 가방을 메고 걸으니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내려오는 길에 본 하늘은 그닥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비행기 소리는 나지 않더군요. 루끌라는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은 듯 했습니다. 덕분에 저흰, 저희의 결정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어느 마을을 지날 땐 갑자기 안개가 잔뜩 끼기도 했는데 참 신비로워 보였습니다.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옴직한 모습이었죠.



멀리 희미하게 마을이 보일 땐 정말 그 드라마 속에 들어가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안개가 사라지는데, 영화 속의 특수효과를 보는 듯 하더군요.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희뿌연 하늘이었던 것이 금새 파란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준베시JUNBESI란 마을에 있는 커다란 스투파.
그리고 그 위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더군요.



마을 내에 있던 조그만 학교.
방학이라 그런지 학교에는 아무도 없어 어쩐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친구는 저희가 준베시에 가다가 만난 포터인데, 영어도 잘 하고 친절한데다 아는 게 많아서 즐거운 말동무가 되어준 사람이었죠.

자신의 이름이 ‘단’ 이라던 이 친구는 지금 카트만두에 있는 호주 여행사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일 때문에 왔다가 비행기가 뜨지 않아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이 전에 포터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던 터라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저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그걸 보고 이 녀석 돈 벌겠다고 이러는 건가 했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얘기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죠.
덕분에 심심치 않게 갈 수 있었고 저희에게 필요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데우랄리까지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단은 다른 일행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 먼저 가게 되었죠. 위 사진은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찍었던 거네요.



데우랄리로 가는 길에 전망대라 불릴 만한 곳이 있는데, 준베시와 킨자KINJA 사이에 산을 하나 넘게 되는데 거기 높이가 3736미터나 됩니다.



오랜만에 보게 된 파란 하늘.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죠.



킨자로 가는 중간에 식사를 하다가 만난 꼬마 친구.
옆에서 계속 장난을 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루끌라에서 현지 사람들에 실망하고 마음 상하고 그랬다면 여기 지리 코스에서는 현지 사람들에 대해 좋은 모습들을 보고 그들의 따뜻한 모습에 감동하고 그랬네요.

여행을 하면서 현지 사람들을 만나면 조심해야 되는 게 있는데 바로 이런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루끌라에서 그런 일을 겪고 그대로 돌아갔더라면 제 머리 속에는 여기 현지 사람들은 돈 밖에 모르는 개념 없는 인간들이라고 기억되었겠죠.
그러나 사실은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인데 그저 몇몇 사람들 만나고 저 사람들 다 저래 라고 해버리기 쉬운 것 같습니다.
여행 다녀와서 함부로 저기 사람들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더군요.



데우랄리로 가는 5일 동안 힘든 때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마음은 훨씬 편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루끌라에서 계속 기다렸다면 마음이 얼마나 쓰렸을까요?

마지막 날, 데우랄리에 도착할 때 느낌은 에베레스트에 올라갔을 때보다 더 벅찼습니다. 정말 웃기죠?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목적지에 도착한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감동적이었다니.
뭐, 그도 그럴 것이, 너무 고생을 했었거든요.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네요;;;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포스팅에서 에베레스트 트레킹 마지막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