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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랩소디 인 베를린' - 구효서 본문

볼 꺼리, 읽을 꺼리

소설 '랩소디 인 베를린' - 구효서

Energise-r 2013. 1. 2. 07:00

브리즈번 city library에는 한국책들이 좀 있어 가끔 전공 서적이 아닌 말랑말랑한 책이 읽고 싶을 때면 찾는답니다. 이번 열흘 간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할 책으로 골라 온 것은 구효서 작가의 <랩소디 인 베를린>이랍니다. 



구효서 작가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사실 작품으로 접해본 적은 없었답니다. 이 책을 고른 것은 순전히 '디아스포라 (Diaspora)'라는 서평의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민족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말로, 고국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저희 같은 사람들도 지칭할 수 있겠지요. 

거기에 베를린 여행에서 느꼈던 코 끝 찡하던 추위가...한 여름의 호주에서 갑작스레 그리워서랄까요? 

그렇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예술사를 보면 항상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들이 당시에는 조롱받다가 후대의 예술사를 다시 써가는 걸 볼 수 있는데....그런 천재 같은 한국인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뿌리를 두고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거기에 나치의 유대 학살이나 우리나라의 방북자들에 대한 고문 등 역사의 무거운 이야기들도 한 축을 이루고 있지요. 재일 동포 음악가의 첫사랑 일본 여성이 40여년 넘게 소식 모르고 지내다가 받은 부고 끝에 독일에 와 찾은 그의 행적이 가슴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구요. 


한국인 후손이되, 일본에 살다가 독일로 유학을 갔고, 바로크 시대 천재 음악가의 행적을 좇아 방북했다는 이유로 감옥살이를 한 것이 고국이 안겨준 기억의 전부이고, 다시 돌아온 독일에서도 다른 역사의 소용돌이에 말렸던 사람. 그의 한국 이름, 일본 이름, 독일 이름 모두...그이되 그를 다 담아 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유학생으로 호주에 산 지 2년이 채 안 된 제가 디아스포라의 정서를 이해한다고 말하면 어불성설이겠지요. 그러나 주변에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안고 살아가시는 분들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이랍니다. 책을 덮고 나서 몇몇 장면이나 문구가 가슴에 남는...그런 소설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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