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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산다는 것

호주 이름에 얽힌 이야기

Energise-r 2012. 4. 4. 15:10

사실 외국에 살면서 가끔 발음하기 어려운 내 이름 때문에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교수님들이나 친구들은 존중의 의미에서 어려운 이름을 애써 불러 주지만, 초면에 이름을 물어봐 놓고 어찌 불러야 할지 난감해 하는 기색이라도 보이면 괜히 미안해지기도 한다. 사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영어 이름을 쓴다. 병원이나 고객 서비스 센터에 가면 진짜 이름과 함께 ‘불리고 싶은 이름(preferred name)’을 묻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름 철자를 일일이 부르는 일이 번거롭기 때문에 많은 이주민들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영어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

 

예로 나보다 더 어려운 이름을 가진 남편은 세례명인 조셉(Joseph)을 이름으로 쓰고 있다. 우리도 간혹 이름의 마지막 자만 애칭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호주에서는 이름을 짧게 부르기를 즐긴다. 그래서 Joseph이 Joe가 되고 Joey가 되고 그냥 J라고 불리기도 한다. 호주에 이민 와서 살고 계시는 분들은 자녀들의 이름을 지어줄 때 한국어와 영어 이름을 따로 만들거나 아예 단아(Dana)나 유라(Yura)처럼 같이 쓸 수 있는 이름을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에 깃든 뜻이 중요한데, 호주 이름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아기 이름으로 보는 유행

작년 한 해 호주에서는 여아 이름으로는 클로에(Chloe)가, 남아 이름으로는 올리버(Oliver)가 최고 인기였다고 한다. 클로에는 ‘싱싱하게 피어나는 꽃’이라는 뜻이고, 올리버는 ‘올리브 나무’ 혹은 ‘다정다감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아에게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이름, 예를 들면 공주라는 뜻의 사라(Sarah)나 여성스럽다는 뜻의 샬롯(Charlotte)이 인기가 많은 반면, 남아 이름은 성경 속 이름들, 즉 노아(Noah), 조슈아(Joshua), 제이콥(Jacob)이 인기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찰리(Charlie) 같이 중성적인 이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지을 당시의 인기 영화나 세간의 이목을 끈 행사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비록 2011년에는 8위로 떨어졌지만 2010년 최고 인기였던 여아 이름은 바로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의 여주인공 이름인 벨라 (Bella와 그 변형인 Isabella, Isabelle, Ella)이었다. 그런가 하면 작년 영국 왕실 결혼식 덕분에 윌리엄(William)이 8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오르기도 했다.

 

 

<이름을 활용한 상품들>

물론 평범한 이름을 싫어하는 부모들도 있다. 남아한테는 투헤이(Toohey – 호주 맥주 브랜드)나 아우디(Audi)를 이름으로 지어주는 부모도 있고, 여아한테는 Lily(백합), Rainbow(무지개), Storm(폭풍), Vanilla(바닐라) 같이 자연에서 딴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특이한 이름이 놀림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하니,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독특한 이름과 무난한 이름 사이에 고민이 생길 법 하다.

 

호주의 ‘김이박’

생각해 보면 이름은 누군가를 지칭하기 위해 필요한 말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들여다 보면 누군가를 설명할 때 어떤 특징들이 중요했었는가를 알 수 있다. 호주에서 가장 많다는 성을 보면 직업이나 외모, 어느 집 자손인지가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로 가장 많다는 성인 스미스(Smith)나 테일러(Taylor)는 각각 대장장이와 재단사라는 직업에서 유래한 성이다. 브라운(Brown)이나 화이트(White)는 머리색이나 피부색을 묘사하던 것이 성으로 굳어진 것이다. 한편 존스(Jones), 존슨(Johnson), 윌리엄스(Williams), 윌슨(Wilson)은 모두 아버지 이름을 따던 흔적이 남아있는 성들이다. 즉, 누구를 부를 때 John의 아들, William의 아들, Will의 아들 이런 식으로 불렀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에서 가장 흔하다는 성인 닁(Nguyen)이 호주에서 7번째로 많은 성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민 정책에 따라 빈도 높은 성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이름으로 인한 차별

호주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름과 성을 살펴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을 보면 순위상에 없는 이름들이 무척이나 많다.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호주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 이름이라고 해도 성을 보면 원래 어느 나라 사람인지 대충 표가 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고용주가 이름에 따라 차별을 하는 지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다. 학력과 경력은 비슷하고 이름만 베트남, 그리스, 호주 식으로 다른 세 명의 지원자를 가상으로 만들어내고 구인 광고를 낸 고용주에게 이들의 지원서를 보냈다. 실험 결과 호주 이름의 지원자는 외국 이름의 지원자보다 4배 정도 많은 면접 기회를 얻었다. 한국과 달리 호주에서는 이력서에 나이를 적거나 사진을 붙이지 않기 때문에 나이나 외모에 대한 차별은 적을 지 몰라도, 이름을 통한 걸러내기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주의 다양한 이름과 성이 차별의 지표가 아니라, 여러 문화가 가져다 주는 풍요로움의 지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위 내용은 국립국어원에 호주 통신원으로 기고한 글의 내용입니다. 링크(http://news.korean.go.kr/online/now/letter/letter.jsp?idx=105&)는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수정되어 게재된 내용이구요....위 글은  제가 작성한 수정 이전의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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