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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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산다는 것

졸업식

Energise-r 2016. 1. 14. 06:00

학위를 받은 건 지난 6월...그렇지만 7월 졸업식을 하려니 부모님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해, 12월에 졸업식을 했다. 오랫만에 가는 학교...원래 학교가 참 이쁜데 구경할 시간이 없다. 난 바로 졸업 가운 픽업하러 간 사이 나무 그늘서 땀식히시는 부모님과 거미 구경에 폭 빠진 재의...


이 더운 날, 부모님이랑 남편은 긴 팔 옷 갖춰 입느라...난 울로 된 졸업가운 입느라 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졸업 가운 대여료는 하루에 60달러. 졸업식 가운 구입했다가 나중에 제자들 졸업식마다 입는다던데, 풀세트로 구입하면 비용이 자그만치 700-800달러라 엄두가 안 난다. 그런데 모자가 특이하고 이뻐서 나중에 식 끝나고 기념으로 구입했다. 귀여운 빵떡 모자...



우리 단대 졸업식은 6시에 시작했다. 난 한 시간 전부터 가족들이랑 떨어져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박사 과정 졸업생 세 명은 단상 위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엄마랑 오래 떨어져 있을, 그리고 저녁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할 재의 걱정이 가득....그러다 드디어 입장...앞에는 학장, 교수님들이 모교 졸업 가운을 입고 입장하시고 그 뒤를 박사과정 세 명이 따른다. 뭔가 아카데믹 세계에 걸음을 떼는 양 기분이 묘했다. 입장하면서, 퇴장하면서 재의 찾아 키스 날리기 바빴다. 재의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공부한다고 별로 고생도 안 했는데...






석사, 학부 졸업생들도 한 명 한 명 호명하고 앞에 나가서 졸업장을 받는다. 그래서 장장 두 시간이 걸렸다. 고맙게 긴 시간 잘 기다려준 재의...


내 수퍼바이저 Jill...할머니에 최근 투병 생활도 하셨다. 그렇지만 어찌나 근면하고 학생들을 챙기시는지, 훗날 Jill 같은 스승으로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음 참 좋겠다.


이렇게 기나긴 (출산 휴가 제외하고 3년 6개월) 박사 과정이 끝났다. 사실 박사 이런 건 진짜 학자(주변에 몇 있다)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믿어주고 밀어준 남편....그리고 고맙게도 돈 없는 내가 유학이란 걸 할 수 있게 해장학금, 생활비를 준 퀸즐랜드 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공부하는 엄마 때문에 어린이집을 돌 때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다니느라 고생 많았던 우리 재의....모두 감사하다. 

학위증 받았을 때와 달리, 졸업식을 하니 진짜 실감이 난다. 이제 끝이구나...그리고 다시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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