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2009 Christmas with the English host-family in Kent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영국

2009 Christmas with the English host-family in Kent

JosephKimImage 2010. 1. 11. 07:01
학교에서 진행하는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프로그램을 아내가 신청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크리스마스 기간을 켄트(Kent)에 사는 호스트 패밀리와 보내게 되었습니다.
신청할 때만 해도 별로 크게 생각을 안 했었는데, 막상 켄트로 떠나는 전날이 되니 약간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랬네요.

결과적으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더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른 아침, 날씨가 우중충한 게 분위기가 영 거시기 했습니다.
게다가 기차역에는 기다리는 사람은 커녕 역무원 조차 눈에 띄지 않아서 기차가 운행되고 있는지도 알수 없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며칠 전에 내린 폭설로 대중교통이 거의 마비 되었던 터라 걱정 되더군요. 혹시...

아니나 다를까, 저희가 타기로 되었던 기차가 취소가 되어 다른 기차편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켄트에 도착하니 호스트 패밀리 두분이 데리러 나와 주셨더군요.
집으로 오면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 몇마디 얘기를 나눴는데 다행히 첫인상이 괜찮았습니다^^


저희가 머물 집은 넓은 마당이 있는 2층짜리 건물로 아늑한 느낌이 들어 맘에 들더군요.



방에 짐을 풀고난 후, 첫 전통 영국식 식사를 했습니다.
솔직히 은근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제 입맛에 맞더군요.

그리고 나서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네요.

진(Jean, 아주머니)과 크리스(Chris, 아저씨)가 거의 20년 동안 호스트 패밀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걸 듣고 엄청 놀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분 다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다 되었더군요.
그래서 다음 날을 기약하며 저흰 저희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둘째날, 크리스마스 당일.

저희 부부는 미사를 보기 위해 성당에 갔습니다.
성당이 집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크리스가 태워다 줘서 편하게 갈 수 있었네요.

성당 외관은 굉장히 검소한(?) 느낌이 들었는데 내부는 이와 달리 아늑하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에서 사진을 정말 많이 안찍었단 생각이 드네요.
저희가 묶었던 그 아늑했던 방 사진도 안 찍었고 아니 그 전에 기차역에서 내려서 켄트에 왔단 인증 사진 한장조차 안찍었으니 말이죠.
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성당 가서도 내부 사진을 꼭 찍어야지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잊어버리고 그냥 와버렸네요. 다시 갈 일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쩝.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진은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로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도 집에 들어가자마자 진을 돕느라 바빠 보이더군요.

가만히 있기 그래서 저희도 뭔가를 하려했는데 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집 주변을 둘러 보라더군요.
결국 저희가 돕는 게 돕는 게 아닐 것 같아 진의 말대로 집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실내와 실외 모두 정말 잘 가꿔져 있었습니다. 솔직히 두 사람이 살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넓더군요.
이런 집을 대청소 하려면... 흐... 겁이 날 것 같네요.
나중에 진과 크리스랑 얘기하다 보니 두 분도 집이 너무 커서 좀 작은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감탄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식사 시간.
음... 지금 생각해도 거기 있는 동안은 쉬지 않고 먹어 댔던 것 같네요^^;;

어째든 크리스마스에 이웃들 초대해서 파티를 여는 게 여기 전통이랍니다.
그런데 손님들 중 진과 크리스도 처음 보는 분들도 있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전혀 모르는 이웃도 초대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오는 사람도 참...
정말 우리나라와 다르단 생각이 들었네요.


다들 거실에 모여 와인이나 맥주, 혹은 쉐리와 함께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처음엔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이유는 저의 짧은 영어 실력 때문이었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편하게 대해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다들 어찌어찌 알아듣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티는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했네요.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서 뒷정리를 하다가 오후 3시쯤인가 영국 여왕의 크리스마스 축하 방송을 봤습니다. 크리스마스날 여왕의 축하 방송을 보는 것 역시 전통이라는 걸 듣고 '아, 여기가 영국이 맞구나' 생각이 들었네요.
보통 때는 제가 영국에 있는건지 그냥 외국에 나와 사는 건지 알길이 없었는데 그 방송을 보니 새삼 제가 영국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진과 크리스는 저녁 준비를 하러 다시 주방으로 갔습니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라 특별히 영국 전통요리를 준비를 하신다 그러셨죠.


칠면조 요리...
말로만 듣던 그 '칠면조 요리'를 먹어볼 줄은 여태까지 생각도 못해 봤었는데, 드디어!
생김새는 좀 '큰 닭' 같았는데, 솔직히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군요.


일단 큰 칼로 다리와 날개를 떼어내고 전기톱(?) 같은 걸로 살코기를 발라내는데, 마치 빵을 써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식탁에다 식사준비를 마친 뒤 기념촬영.
식사 전에 크래커(Cracker)라는 걸 뜯는데 위 사진에서 접시 옆에 있는 빨간색과 녹색의 막대 비스무리하게 생긴 것이 크래커-먹는 크래커 아닙니다^^;-입니다.

저 막대 양끝을 잡고 당겨서 뜯는데 그 안에 소량의 화약이 있어 '퍽'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그리고 조그만 장난감과 위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왕관 같은 게 들어있었습니다.

아, 하나 더.
넌센스 퀴즈가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는데 영국 문화권이 아니면 이해하기가 좀 어려워 보였습니다.
진이랑 크리스는 재밌다고 하던데 전 도대체 왜 재밌다는지 이해가 안 되더군요 --;;;

식사 마치고 정리를 하다가 한컷!
식탁 바로 옆에 조그만 트리가 있는데 그 아래에 진과 크리스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았거나 준비한 선물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 후 저희가 한 건 선물을 함께 열어보는 것.
그런데 뜻밖에도 거기엔 저희 선물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엄청 많이.
책이랑 펜, 노트, 사진첩 등...
이렇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는 처음인 것 같네요. 감동감동.

선물 개봉이 끝나고 전통 크리스마스 푸딩을 먹었습니다. 푸딩에다 브랜디를 뿌리고 불을 붙였더니 오른쪽 사진처럼 푸딩 주변에 푸르스름한 불꽃이 일었습니다.

보면서 '와~' 했는데 먹을 때는 더 '와~' 했던 것 같네요. 맛이 엄청 단데 브랜디랑 섞이니 참 독특한 맛이 났던 것 같습니다.

이 날 마지막 일정이었던 보드게임 시간...

사실, 전 이 시간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시간...
가족끼리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무척 부러웠습니다. 물론 모든 영국인들이 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겠죠.

다들 아이처럼 좋아하고 즐거워하는데, 이 보다 더 좋아 보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이 전까지는 보드게임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 날 이후로 보드게임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도 어찌나 빠르던지...
저흰 다음 날을 위해 정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세째날, 원래 켄트 주변을 다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기로 했었는데 불행히도 진이 두통이 심해 집에 남기로 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길링햄(Gillingham)에 있는 성 마리아 막달레나 성당(St. Mary Magdalene church).
아담한 게 좋았습니다. 실내 장식도 의외로 예뻤고 분위기도 좋았네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크리스는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여러가지 설명해줬습니다.

정말이지 그 박식함에 깜짝 놀랐네요.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더 재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간 곳은 패버셤(Faversham).
예전에 항구 근처로 마켓이 많았다고.
그리고 브류어리(Brewery), 그러니까 술 제조산업이 발달해서 제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수만 남았다고 하더군요.
오른쪽 사진은 옛날에 항구로 가는 길목이랍니다.

재미있는건 여기로 들어갈 때 제가 화약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크리스한테 얘기했더니 웃으면서 200년 전에 화약제조를 했었는데 지금은 없다고, 어떻게 냄새를 맡았냐고 되물으시더군요.
제게 초능력이... ^^;;;

길 양 옆에 있는 가게들을 보다보니 집집마다 문 바로 옆에 왼쪽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조그만 구멍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에게 물어보니예전엔 길이 좋지 않아서 항구에서 마을로 오다보면 신발에 진흙이 잔뜩 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저 구멍에 발을 넣어 털어냈다네요.
흠...
그리고 오른편에 보이는 건 우물.
역시 옛날에 쓰였던 건데 지금은 형태만 남아 있었습니다.

켄터베리(Canterbury) 가는 길에 잠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봤는데 어째 서해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풍력발전기가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보면 왼편에 보이는 것처럼 특이한 지붕을 한 집이 볼 수 있었는데 크리스 말에 의하면 브류어리들 집이라 하더군요.

그냥 평범한 집처럼 보이는데 저기서 술을 만든다니... 참...

켄터베리 공원.


입구에 성문 같은 게 보였습니다. 저흰 그 옆에 있는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지나면... 정말 예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마침 날씨도 화창하게 바껴 너무 좋았네요.

큰 길을 따라 조금 걷다보니 골목길 사이로 켄터버리 성당이 보였습니다.


좁다란 골목을 지나자 갑자기 길이 확 트이면서 웅장한 성당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와... 정말 멋있다'란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처음에 갔던 성 마리아 막달레나 성당처럼 조그만 성당을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 규모에 놀랐습니다.
여기가 이러면 정말 유명한 성당들은 도대체 어떨까요?

성당 내부 역시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정교한 유리세공과 장식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 여긴 지하에 있는 묵상실 주변을 제외하고 사진촬영이 가능해서 좋더군요.
이런 모습을 머리 속에만 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아쉬울까요?




건물 안을 지나면 정원과 예전엔 사설 학교였다는 건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 조그만 복도에서 볼 수 있는 성당의 옆모습도 좋았던 것 같네요.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옆 사진처럼 왕과 왕비의 잠들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저게 관이라고 하더군요.

진짜 시신이 안에 있는지 없는진 모르겠지만 괜히 느낌이 좀 그랬습니다.

성당에서 나와 다음에 간 곳은 도버(Dover)에 있는 페리 선착장.
크리스 말로는 여기로 오가는 물류량이 어마어마 하다네요.
마침 항구에 도착한 배가 있어 어떤가 봤더니 거기서 나오는 차량이 몇 댄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차를 세워 놓고 선착장까지 내려가 볼려고 했는데 하필 갑자기 비가 엄청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한동안 비가 그치길 차안에서 기다렸는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그냥 나와야 했습니다.

뒤이어 간 곳은 기차역...이긴 한데 그냥 기차역이 아니라 도버해협 지하를 통해 유럽쪽을 드나드는 화물 운송용 기차역이 보이는 곳으로 갔습니다.

비가 와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기차 안으로 드나드는 많은 자동차들을 볼 수 있었네요.

크리스 말로는 이 기차선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네요. 그래서 당시에 이 것 때문에 말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버해협을 드나드는 물류량의 약 40%가 이 기차역을 지난다고 하니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를 빠져나와서 포크스톤(Folkstone)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해안가라 그런지 브라이튼과 참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스는 포크스톤이 브라이튼 다음으로 생긴 휴양지라 좀 더 현대식이고 새 건물이 많다고 했는데 과연 길 가의 건물을 보니 그런 것 같더군요.

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걷히는게 보였습니다.
무슨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그런데, 이런 날씨가 제겐 점점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뭔가 역동적이달까?
그래서 그런지 하늘을 보고 사진 찍고 싶어지는 순간이 한국에서 보다 더 많은 것 같네요.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선물을 뜯어보고(또!) 보드게임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 자기 전 방으로 돌아가 진과 크리스를 위해 방명록을 썼습니다.
그런데... 음... 좀 더 멋드러지게 못쓴 것 같아 지금도 괜히 맘 쓰이네요.

다음 날, 브라이튼으로 돌아오는 기차 출발시각이 오전이라 아침을 간단히 먹고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기차역 앞에서 진과 크리스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플랫폼으로 들어가는데 왠지 짠한 느낌이 들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이지 너무 감사하고 또 고마운 것 같습니다.
과분하게 너무 많은 걸 받고 얻은 것 같네요.
생판 모르는 저희에게 그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준 두 사람에게 어떻게 보답을 할 수 있을지...

갑자기 진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누군가에게서 받은 걸 꼭 그 사람에게 돌려주려 할 필요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해주면 되는거야'

저희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들처럼...

아, 이건 그냥 든 생각인데 호스트 패밀리랑 같이 살면 영어가 참 빨리 늘 것 같더군요. 특히 진과 크리스 같은 사람들이라면 정말 많은 표현도 배울 수 있을 듯.

불과 4일, 엄밀히 말하면 3일밖에 안 지냈는데도 영어가 나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1, 2년 함께 지내면 영어가 안 늘래야 안 늘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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