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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그 첫날 (나이로비 -> 므완자)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아프리카(탄자니아, 케냐)

아프리카 여행, 그 첫날 (나이로비 -> 므완자)

JosephKimImage 2010. 5. 11. 03:15
아프리카. 정말 생각조차 못해봤던 곳이었는데 마침내 다녀왔습니다.
사실 아프리카라고 해도 주로 여행 다닌 곳은 탄자니아 몇군데고 케냐에서는 나이로비에서만 잠시 머물렀네요.
원래 나이로비도 비행기 때문에 하루만 머물 예정이었는데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터지는 통에 5일을 더 머물렀습니다.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추가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지만 참 난감했었네요.
살다보니 별의 별 일을 다 겪는 것 같습니다. 화산 때문에 발이 묶이다니... ^^;;


여튼 지금부터 저와 아내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저희가 탄 비행기는 네덜란드를 경유해서 나이로비로 가는 거였는데 얼추 12시간 조금 넘어 걸렸네요.
네덜란드까지 갈 때만 해도 별로 실감이 안 나던데 나이로비로 갈 때는 승무원도 그렇고 기내 방송도 그렇고 아프리카로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원래 목적지가 탄자니아의 므완자인데 굳이 나이로비로 간 이윤 아무래도 항공료가 싸기도 했고 마침 므완자에 계시는 형님께서 나이로비에서 차로 픽업해 가시겠다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형님께서 차로 픽업하신다고 하셔서 거리가 얼마 안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차로 얼추 12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중간 쉬엄쉬엄 가긴 했지만 여튼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랬네요.


여하간 공항에 내려서 입국수속을 밟는데 작년에 아내가 탄자니아 공항에서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직원을 경험했던터라 은근 긴장을 했습니다.
하긴 긴장은 여기서만 한 게 아니라 여행하는 내내 했네요.
원체 치안이 좋지 않다는 둥 이상한 공무원들이 많다는 둥 소리를 많이 들었었거든요.

여하간 너무나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래서 되려 인터넷에서 들은 게 맞나 의구심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예상했던 것과 달리 크고 세련된 공항 건물에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도 대단히 많았고 거리도 무척 깨끗해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하면 떠 오르는 게 빈국의 이미지라 굉장히 허접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랬던 건 기온이었습니다.
당연히 무척 습습하고 더울 꺼라 생각했는데 도착했던 시각이 아침임을 감안해도 써늘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나이로비가 지대가 높아서 그렇다고 하네요.
해발 2000미터 정도라고 하니 백두산 정상에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온이 1년 내내 거의 유지가 된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정말 축복받은 기후 같네요. 1년 내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가을같은 날씨가 유지된다니.
부럽단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여하간 형님네 가족과 만나서 차로 이동하는데 전 시내 풍경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사실 시내라곤 해도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므완자 쪽으로 가느라 그닥 보지는 못했지만 먼발치에서 보이는 풍경에서도 대단히 큰 도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사는 얘기 현지 얘기 하시는 일 얘기 등 한참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끔 길가에 있는 경찰 혹은 군인 같은 사람이 차를 세우는데 처음에 엄청 긴장했었네요.
이게 그 '이유없이 붙들고 뇌물을 요구하는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대뜸 하는 말이 "How are you? OK?"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했는데 형님 보고 저 영어 좀 가르치라 한 소리 하더군요 --;
나중에 형님 말씀이 그냥 심심해서 한번씩 잡는 거라고 했습니다.
물론 가끔 트집을 잡으려 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이젠 요령이 생겨서 괜찮다고 하시네요. 흠...

다시 계속 길을 가는데 확실히 외곽으로 나오니 건물들이 보이지 않고 시골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얼마를 갔나?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우셨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정말 멋지더군요. 저희가 가는 곳이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서 좀 더 들어가야 된다고 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먼건지 너무 아득해 짐작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길 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날 밝을 때 들어가기가 어려워 보였거든요.

저의 이런 마음과 상관없이 형님은 여유로운 느낌으로 다시 차를 모셨습니다.
이게 현지에 사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의 차이다 싶네요.


여하간 도로는 대체로 한산하고 가끔은 주변에 저희 밖에 없기도 해서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물론 가끔 조그만 마을 지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땐 갑자기 호기심에 눈 주변이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을이라곤 해도 집 몇채 더 있고 가끔 가게가 눈에 띄고 이게 다였습니다만...

그리고 간간이 길가에 호텔 간판이 보이는데 그 때마다 '저기 장사가 되나? 도대체 누가 저기서 자나?'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중에 나이로비에서 현지 사람한테 물어보니 호텔이 우리가 생각하는 호텔과 약간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냥 현지 사람들 와서 식사하고 사람 만나고 마치 카페나 조그만 현지식 레스토랑 같은 곳이랍니다.

나이로비 시내에서는 차들이 많았지만 거기서 일단 벗어나면 차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길가를 걷는 사람들이나 자전거를 탄 사람들만 보였습니다.

느낌이... 우리나라 시골이랑 비슷한 듯 하더군요.

그리고 여기선 별 다른 산업이 없어서 그런지 목축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농사도 지역마다 다르긴 한데 생각보단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5시간 정도를 달렸나?
여튼 한참을 달리다가 어느 조그만 마을에 있는 휴게소 비슷한 곳에 들렸습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가서 볼일 보고 잠깐 커피 한잔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죠.

비록 허름해 보이는 휴게실이었지만 애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더군요.
역시 애들은 좋아라 했습니다.

커피는 어째 기대했던 것 보단 별로였고...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더군요.
우리나라랑 비교해서도 오히려 비싼 듯 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든 가방이 신경 쓰여 정말 죄송하게도 현지 사람들에게서 경계를 풀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는 그날까지 계속 이랬습니다만 하도 도난사고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째든 여기서 잠시 쉬고 나서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참 날씨가 예술이단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집도 안보이고 사람도 안보이고 따분하다 느끼기 시작할 때 갑자기 한 떼의 얼룩말이 도로를 가로질러 갔습니다.
잠시나마 아프리카에 왔단 걸 잊고 있었는데 상기시켜주더군요.
아프리카가 아니면 어디서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얼룩말을 볼 수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므완자에 가까워질수록 조그만 마을이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지더군요.
덕분에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따분했을 듯...


아, 마을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록 늘어나는 것이 또 있는데 도로에 있는 방지턱이 그것이네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있었는데 나중에 가면 갈수록 그 수가 많아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는데 뭐하러 저렇게 많이 만들어 놨는지 약간 의아하더군요.

마을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마을 아무 곳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이나 당나귀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신기했습니다.
보통 목축을 떠올릴 땐 어린 아이랑 개들이 산이나 들로 양떼를 몰고 가는 장면이 생각났는데 여기선 그냥 길거리에 풀어놓고 맘대로 하게 놔두나 봅니다.

실제론 뭔가 있겠죠. 하여간 처음 봤을 땐 꽤 신기했습니다^^
계속해서 조그만 마을을 보다가 어느 순간 눈이 확 뜨이도록 번화한 거리가 나타났습니다.




이 정도 되야 읍내라 할 수 있겠죠?
주로 신발이나 옷들을 팔고 있었는데 얼핏 보기엔 사고 팔고 한다기 보다 다들 그냥 얘기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어째든 느낌은 우리나라 시골에서 열리는 장터 같았습니다.
다른거라곤 먹거리가 의외로 안보였단 거 정도?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주변이 아무것도 없는 그냥 풀밖에 없는 공터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여기 공기가 깨끗하단 걸 알 수 있었네요.
하늘에 구름이 마치 누가 펜으로 그려넣은 것 처럼 너무나 선명했습니다.
이런 구름 본지가 얼마 만인지 싶네요.


아 나중에 다른 곳을 가봐도 위와 같이 돌산은 보기 힘듭니다.
당시엔 다른 곳도 저렇게 돌산이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므완자를 벗어나고는 한번도 본 적이 없네요. 그래서 그런가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니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도중에 조그만 집 몇채에 그냥 여기저기 서서 풀을 뜯는 소를 봤는데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특히 사람이 안보여서 그런가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저렇게 사람이 없는데도 소들은 도망가지 않는가봅니다.
참... 편리하겠네요^^

므완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조그만 강을 건넜는데 그 빛깔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늘이나 강이나 어쩜 그렇게 비슷한지...

참 그러고 보니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에서 찍은 사진이 어디 갔는지 안보이네요--;;

원래 국경에 가기 전에 케냐 국경에 있는 담당직원이 너무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다고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운이 좋게도 다른 직원이 교체되었는지 안 보인다 하더군요.
형님 말씀을 빌리면 '완전 악질'이었다는데 누가 꼬질렀나봅니다.^^;;


여튼 강을 건너 더 내려가는데 갑자기 넓은 초원이 펼쳐지면서 멀리 '누'떼들이 서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엔 사파리가 따로 없네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사파리를 가서 보니 그건 착각이었단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이후로 전 잠깐 잠들어버렸습니다--;;
한동안 계속 비슷한 풍경이 나와서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잠들었더군요.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꽤 많이 진 상태였습니다.



해가 지는 무렵이라 그런지 길거리에도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딱히 퇴근시간이란 개념이 없을 듯 한데...
므완자에 가까워져서 사람이 많이 보이는 건지 시간이 그래서 그런건지 모르겠네요.


어째든 므완자 형님네 집에는 해가 완전히 지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별 탈 없이 나이로비에서 므완자까지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뇌물 요구하는 사람도 없었고... 아니 생각해보니 한명 있었네요.

딱히 요구했다기 보다 괜히 이것저것 확인하자며 저희 여권을 달라고 했는데 형님께서 절대 못주게 하시더군. 형님 말로는 그게 걔네들 수법이라고 괜히 트집 잡고 여권 달라고 해서 주면 여권들고 가버린다고 하더군요.
흐휴... 일단 여권을 들고 가버리면 게임 끝. 돌려받을려면 돈을 내라고 한다는데 모르는 사람은 꼼짝없이 당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형님께서 지금 므완자에 살고 있고 어떤 큰 기관과 일한다고 하니 그 쪽에서도 뭐라 말 못하고 슬그머니 물러나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그런 일을 실제로 겪고 나서 그런가 현지 사람들에 대해 경계심이 더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에야 그게 사람따라 다른 걸 알지만 당시엔 좀 크게 생각했던 것 같네요.

여튼 첫날은 하루종일 이동했던 터라 꽤 피곤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씻고 나서 형님네와 잠깐 얘기하다 일찍 잠 들어버렸네요.

흠흠 지금 보니 아프리카에서 첫날은 거의 차에서 보낸거라 여행이라면 여행이고 아니라면 아니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사실 오기 전에 조금은 걱정을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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