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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다시 뽀카라로

JosephKimImage 2010. 10. 21. 17:24


푼힐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를 뒤로 하고 다시 뽀카라로 내려가는 길.
하늘은 점점 푸른 빛으로 뒤덮여 언제 구름이 꼈었나 착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 것도 잠시.
따다빠니(Tadapani)로 가는 언덕에선 사방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트래킹 코스 군데군데 있는 쉼터에 앉아 있는데 멀리서 짐을 잔뜩 짊어 진 말 무리들이 보이더군요. 이런 가파른 언덕 길을 용케 잘 다니네요.



아무도 없는 산길은 짙은 안개로 인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간혹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괜히 흠짓 하기도 하였습니다.
안개 속에서 뭔가 갑자기 나타날 것만 같았거든요.



하산길은 크고 작은 냇가를 따라 이어져 있었는데, 가끔 냇물 위로 화려한 장식을 한 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것들이 무얼 의미하는진 모르겠지만 어쩐지 종교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시냇물 외에 다양한 크기의 폭포도 볼 수 있었네요.
올라갈 때도 가끔 보긴 했지만 하산길에 보는 폭포는 그 보다 훨씬 가깝게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울 땐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 잠시 들어갔다 나옴 좋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천연 샤워장이 따로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저희가 내려간 코스는 고레빠니에서 따다빠니, 그리고 간들록(Ghandruk)을 지나 나야뿔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는데, 주변 풍경이 훨씬 아름답고 예뻤던 것 같네요.
다만,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한참 이어지기 때문에 반대로 가는 건 정말 힘들어 보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가 고레빠니에서 따다빠니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마을로, 여기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오금이 저리더군요.
여기로 가는 길은 난간도 없는데, 그 옆은 그냥 낭떠러지인데다 그 아래는 그냥 까마득했습니다. 거기서 떨어지면 언제나 지면에 도착할까 궁금할 정도였죠.



간들록까진 숲길을 계속 걷게 되지만 여길 지나면 사방이 훤히 트인 산골 마을 길을 지나게 됩니다.



산골 마을을 지나 평탄한 길을 걷는데, 무사히 트래킹을 다녀왔다는 뿌듯함에 절로 흥이 나더군요.
처음에 여길 갈 때만 조금 걱정을 하기도 했거든요.
최근에 산을 다녀본 적이 없는데다 포터도 없이 짐을 잔뜩 지고 지금까지 다녀본 산들 중 가장 높은 곳을 가는 거니, 걱정이 안 되는 게 오히려 이상했죠.
그러나 저도 아내도 우려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쉽게(?) 다녀와서 기분이 참 좋았던 것 같네요.



참, 내려오는 길에 조그만 마을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갔는데, 여기 계시던 아저씨와 잠시 얘길 할 수 있었습니다.
딱 보기에도 네팔 사람치곤 체격이 상당히 좋아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젊으셨을 때 고르카 용병을 하셨다고 하네요.
여튼, 이 분과 잠시 얘기하는데 이 아저씨 기분이 좋으셨는지 가족들을 죄다 불러 소개를 시켜주시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거기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은 친절하게도 제게 외모가 네팔 사람 같다고 하시더군요;;; 난생 처음 듣는 소리지만 이상하게 싫지는 않더군요^^

여길 지나서 두어 시간 지나 나야뿔에 도착할 수 있었네요.
나야뿔에서 다시 뽀카라로 가는 방법은 역시 택시와 로컬버스가 있는데, 왠만하면 그냥 버스를 타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로컬버스는 1인당 80루피밖에 안 하는데, 택시는 무려 1500루피를 부르더군요.
게다가 택시기사들이 주장하듯이 버스는 2시간에서 3시간까지 걸린다는 말은 새파란 거짓말이더군요. 저희가 탔던 버스는 정확히 1시간 40분 걸렸거든요.
물론 도로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뻥을 많이 치는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택시를 타려는 분 중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시려는 분은 시간을 끌어보세요. 요금을 팍팍 깎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랑 흥정하던 기사 아저씨, 처음엔 1500을 부르다 1200이하론 끝까지 안 된다고 했는데, 저희가 그냥 로컬버스 타러 간다고 가니 갑자기 “OK, 800”이라고 물러서더군요.
저희야 이미 기분이 상한 상태라 무시하고 그냥 버스를 탔지만 택시를 타려는 분은 분명 크게 세이브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찌되었던 3박4일의 트래킹을 마치고 뽀카라에서 맛난 식사를 하고 나니 너무나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짧은 일정의 트래킹이었는데도 이렇게 뿌듯한 걸 보니 나중에 에베레스트 2주 코스를 마쳤을 땐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도 안 되네요.

안나푸르나 트래킹. 비록 짧게 다녀온 거지만 다양한 풍경과 멋진 자연을 한껏 느끼고 올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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