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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두 번째 이야기

JosephKimImage 2011. 1. 8. 11:19


팍딩PHAKDING에서 남체NAMCHE까지 대략 7시간. 고도는 2610미터에서 3440미터로 대략 800미터가 높아지는 셈인데 고소예방을 위해 하루 500미터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게 좋다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를 생각하면 좀 무리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체까지는 고도가 막 높지 않아서 할 만 하더군요. 한국에서 산 좀 타시는 분들은 무리가 없는 듯 했습니다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좀 계시더군요.

전날에 무릎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던 아내는 결국 이날 엄청나게 고생을 했죠. 특히 남체 가까이에서는 길이 경사가 심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결국 악으로 깡으로 도착했는데, 참.. 제가 생각해도 대단한 아내인 것 같네요.

에베레스트 트레킹에서 기억나는 롯지는 크게 세 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루끌라LUKLA, 또 하나는 남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텡보체TENGBOCHE입니다. 이 중 남체는 규모도 큰데다 마을의 모습이 예뻐서 기억에 남죠.

게다가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고소적응을 위해 이틀씩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루끌라를 제외한 롯지 중 가장 많이 머물게 되는 곳이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듯 합니다.



고소적응을 위해 마을에 머물면서 카페나 현지인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근처에 있는 쿰중KHUMJUNG이란 마을 가는 길에 있는 전망대(?)를 다녀오는 게 더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거길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아내의 무릎 상태가 별로라 그냥 롯지에서 머물면서 쉴까 했는데, 부득불 가겠다는 아내의 고집에 꺾여 올라갔네요.



다음날 마을 위쪽으로 난 출구로 올라갔습니다.
쿰중과 텡보체 갈림길 사이에 있는 커다란 돌에 어지럽게 쓰여진 글자들.
트레킹 하는 동안 자주 저런 게 자주 보여서 포터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잘은 모르지만 종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더군요. 종교적인 의미를 갖는 데다 호텔 광고를 해놓은 걸 보니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선 별 문제가 없는 듯 하네요.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초반부터 힘든 코스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또 계속 올라가면 아내 무릎이 남아나질 않을 듯 했는데, 다행히 조금 올라가고 나서는 비교적 완만한 길이 나오더군요.



에베레스트 하면 대체로 주변 풍경이 새하얀 설산일 거라 생각하는데-저만 그런가요?- 꼭 그렇진 않더군요. 오히려 삭막한 느낌의 산과 황무지 길들이 주된 인상이었습니다.



올라가는 도중 호주에서 오셨다는 일행을 만났는데, 근처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공항이 있어서 거길 보러 간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따라가 보기로 했죠. 근처라고는 해도 좀 가야 되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쿰중 가는 길 바로 옆에 있더군요.



어디선가 비행기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있네요. 이렇게 높은 곳에 공항이.



솔직히 비행기가 착륙하는 걸 보고서야 공항이라 생각했지, 처음에 그냥 봤을 때는 도대체 어디가 공항이란 거야 했습니다. 가건물 비슷한 것 하나 달랑 있는데다 활주로는 그냥 맨땅이었으니 말에요. 만약 공항이 있단 소릴 듣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것 같네요.
정말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고도가 거의 4000미터가 다 되는 곳에 공항이 있다니.



공항을 지나 계속 올라가다 보면 멀리서 롯지 하나가 덩그러이 있는 게 보입니다. 저기가 사실상 전망대라 할 수 있죠. 차 한잔 시켜 놓고 주변 풍경 보기 괜찮더군요. 하지만 저기 지나 좀 더 가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호텔이 있다고 해서 더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 호텔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일본인이 지은 호텔이라는데, 바로 옆에 헬기 착륙장이 있어서 연세 있으신 일본인 분들이 헬기 타고 종종 오신다고 그러더군요.
음… 대단하죠. 헬기를 타고 거기까지 가는 사람이 있다니.



롯지를 지나 낭떠러지 옆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려지더군요. 워낙 높다 보니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원래 위 사진에 보이는 길 끝에 다다르면 ‘그’ 호텔이 보이는데 저흰 포터가 길을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엉뚱한 델 가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숲 속을 헤매다 확 트인 길로 나왔더니 갑자기 마을이 보이더군요.
어이없게도 저흰 그만 쿰중에 도착하고 말았던 것이죠. 원래 중간까지만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길을 잘 못 들어 아예 마을까지 가버린 것이었습니다.
포터라고 모든 길을 아는 게 아니더군요.

멀리서 바라본 쿰중의 모습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평화로운 마을 같았습니다.
저흰 마을 안까지 들어가지 않고 바로 발걸음을 돌렸는데, 시간 여유만 있었어도 천천히 둘러보면 좋았을 듯 했죠.
하지만 다음날도 많이 걸어야 해서 서둘러 나와야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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