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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네팔

에베레스트 트레킹 아홉 번째 이야기

JosephKimImage 2011. 1. 15. 08:11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서 다음 목적지인 딩보체DINGBOCHE로 향했습니다.
딩보체의 고도는 4410, 약 550미터 높아지는 곳이죠.

날씨는 전날 오후와 달리 화창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기 날씨가 전형적으로 이런 유형을 띠는 것 같았습니다. 오전엔 맑고 오후 되면 흐려지고.
그래서 루끌라로 오가는 비행기는 가능한 오전에 잡으라는 것 같네요.



마을에서 나오자마자 독특한 길이 나옵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산길 양 편에 희한하게 생긴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죠. 지금은 잎이 다 떨어지고 황량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봄이나 여름엔 볼 만 할 것 같았습니다.

참, 전에 텡보체는 숙소를 잡기 힘들어 로비(?)에서 자는 경우도 있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텡보체를 지나 디보체DEBOCHE까지 가서 숙소를 잡기도 한답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1시간 정도면 도착하거든요. 비록 숙소가 많지 않긴 해도 너무 늦지 않은 경우엔 방을 잡을 수 있으니 고려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길을 따라 가다 보니 신기한 담벼락(?)이 나타났습니다. 실은 담벼락이라기보다 일전에 봤던 것처럼 기도문을 새긴 돌들을 세워 놓은 것이었죠.
다른 건, 이전에 본 것은 동그랗게 쌓아놓았다면 여기에 있는 것은 길다랗게 담처럼 쌓아 놓았다는 점입니다. 형태야 어째든 그 의미는 비슷하리라 생각되네요.



네팔에 와서 ‘비현실적’인 장면을 많이 목격했는데, 위 장면도 그 중 하나랍니다. 어느 조그만 마을을 지날 때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새들이 머리 위로 날아가고 있었죠. 이 때 제 시선을 잡은 것은 바로 그 뒤편에 보이는 설산이었습니다. 산의 위쪽은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이 나고 아래쪽은 어둡게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산을 그려다 놓은 듯한 장면이었네요.



좁다란 골목 같은 길도 지났죠.
이런 데서 야크 무리를 만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낭패겠죠?



개울가(?) 옆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에베레스트로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어느 세월에 도착하나’ 였죠.



또 다시 나타난 마을, 팡보체PANGBOCHE.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마을 꼭대기 즈음에 있는 롯지가 좋더군요. 밖에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파라솔도 설치되어 있어 그 아래 앉아 먼산 보며 레몬티를 마시는 게 끝내줬습니다.
정말이지 마음 같았음 여기서 맥주 한잔 크~ 들이키고 싶었지만 고소증세가 겁이 나서 감히 그러진 못했네요.



마을을 나와 다시 돌길을 걸어갔습니다.
풍경이 이래저래 막 바뀌더군요. 설산이 보였다 돌산이 보였다…



그도 그럴만한 게 돌산과 설산이 엉켜 있으니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인데, 어째 눈길 한 번 안 나오데요.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만 눈길은 고쿄트렉GOKYO TREK 코스로 가면 볼 수 있답니다. 사실, 여기 에베레스트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고 알려져 있는 곳인데, 초보자가 걷기에 힘든 코스기도 하고 위험해서 포터들도 잘 가려 않는 곳으로 유명하죠. 심지어 포터들도 사망하는 사고가 잦아 최근엔 거기로 가는 포터들에 한해 추가금을 더 요구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희도 처음엔 거길 갈까 생각을 했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죠.



목장 같은 곳.
사람도 동물도 없어 보였는데, 겨울이라 그런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지나온 길을 돌아봤는데, 벌써 출발한 곳이 어디였는지도 조차 알 수 없었죠. 이쪽 방향인지 저쪽 방향인지, 나침반이 없으면 가늠도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길 하나 더.
바로 앞에 본 장면과 비슷하죠?
길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느낌은 또 다른 길이었네요.



위 사진에 보이는 하얀 돌멩이가 뭔지 아시겠어요?
처음 저 걸 봤을 때는 그냥 하얀 색 돌이나 흙이려니 했는데,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얼음 조각들이더군요. 물론 하얀 빛깔의 돌들도 있었지만 눈이 흘러 내린 듯 한 게 상당히 많았습니다. 멀리서 볼 때 물로 보이기도 했죠.



딩보체에 거의 다 왔을 즈음.
어떻게 보면 정상에 왔다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았죠.
여기서야 그냥 언덕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해발 4400미터나 되는 언덕이니 정상이라 해도 상관없어 보이네요.



정상에서 돌아본 풍경.
언제 봐도 정말 멋진 곳이네요.
어디서 저런 풍경을 또 볼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여기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딩보체에 도착합니다.
여기도 숙소가 막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서두르는 게 좋을 듯 하더군요.

이후 딩보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오늘은 서늘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듯 하군요. 요즘처럼 쌀쌀한 때에 별로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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