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세 번째 이야기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네팔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세 번째 이야기

JosephKimImage 2011. 1. 20. 08:04


고락세에 도착해 창문 밖을 내다보고 나온 첫 마디가 “와우!” 였습니다.
굳이 전망대 따위를 찾을 필요가 없더군요. 

대충 짐을 정리하고 창 밖으로 나가보았죠.



목적지에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바로 여기구나! 했었네요.



간단히 식사를 하고 바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

잠시 여기 코스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보통 고락세에서 갈 수 있는 곳이 두 군데로 하나는 베이스 캠프, 또 하나는 칼라 파타르입니다.
베이스캠프는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주요 목적지로 사실, 가봤자 볼 것은 없지만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큰 곳이죠. 여기를 와야 목적지에 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칼라 파타르의 경우 해발 5545미터로 이 근처에서는 산악 비전문가로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 할 수 있죠. 베이스캠프가 5364미터니 대략 200미터 정도 더 높은 건데, 이게 막상 걸어보면 엄청 다르게 느껴집니다. 밑에서 볼 땐 조금만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었죠.

어째든 두 군데 모두 고락세 기준으로 3~4시간 정도 걸리는데, 대략 반나절씩 잡으면 되죠. 일반적으로 고락세에 도착하면 정오가 조금 넘으니 이 날 오후에 둘 중 한 군데를 가고, 그 다음 날 오전에 나머지를 많이 갑니다. 아침 일찍 도착하면 방 빼는 시간 전에 다녀올 수 있거든요.

어디를 먼저 가냐는 여행자들 마음입니다만 저흰 칼라 파타르를 아침에 가는 게 좋다는 소릴 들어 베이스캠프를 먼저 가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산을 보고 있으면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데 사실은 죄다 엄청 높은 산들이죠.
솔직히 저기서 볼 땐 지팡이 하나 짚고 가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만 이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거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저렇게 산 위는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데, 어찌 된 게 그 아래는 모두 흙과 돌 덩어리로 덮여 있습니다. 그래서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날려 호흡하기 꽤 불편했네요. 



산 아래 웅덩이 같은 것도 보였는데 물이 얼어서 굳은 것이더군요.
그런데 이상하죠? 저렇게 웅덩이처럼 되기 위해선 얼지 않은 상태여야 할 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네요. 옛날엔 얼어 있지 않았다는 건지, 아니면 1년 중에 물처럼 녹는 때가 있는 건지...
그야말로 미스터리입니다.



목적지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점점 마음이 들 뜨는 게 느껴지더군요.
아무리 다들 가 봤자 볼 거 없다, 실망한다 해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
그런데 정말 볼 게 없더군요;;;



오기 전엔 가슴이 벅차 오르고 왠지 감동의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어라, 맥이 빠지네요.
정말 황당하고 실망스럽고 그랬습니다;;;



저 돌멩이에 새겨진 “EVEREST BASECAMP 5364m” 란 글귀만 없으면 여기가 베이스캠프인지도 모를 지경이었죠. 주변의 다른 사람들 반응도 저희와 그닥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기 왔다는 게 중요한 거겠죠.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저희 부부 셀프샷입니다.
제 몰골이 정말 말이 아니네요.

여담이지만 여기 올라오는 내내 현지 사람들로부터 들은 소리가 있습니다.
아내가 네팔어를 배우기 위해 사람들과 말을 하다 보면 꼭 마지막에 듣는 말이 “너는 네팔어 하는데, 왜 네 네팔 친구는 아무 말도 안 하냐?” 였죠. 아마도 제 모습이 현지 네팔사람처럼 보여서 한 농담-이라고 전 생각합니다만;;;-인 듯 했네요.

나중에 거울을 보니, 솔직히 정말 그렇게 보이더군요.
오죽하면 한국에 돌아간 날, 어머니께서 절 못 알아보고 며느리에게만 인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 말씀이 동남아 외국인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군요;;;



여튼, 저흰 여기서 잠시 쉬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겼습니다.
언제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온 거죠. 



베이스캠프 근처.
사방이 저러니 과연 누가 여기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할까요?



또 한 장.
이번 사진은 정말 허허벌판처럼 보이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베이스캠프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봐도 별 거 없어 보이네요...

참! 그러고 보니 어느 산이 에베레스트인지 말씀 안 드렸네요.
위 사진을 보시면...

없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지만 베이스캠프에서는 에베레스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베이스캠프냐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사실이 있죠.

사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두 군데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저희가 갔던 곳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구 베이스캠프라고 다른 곳에 있죠.
구 베이스캠프에 가면 에베레스트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만 저흰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에베레스트가 보이지도 않는데, 왜 하필 여기다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냐?
그 이윤 바로 날씨 때문이랍니다.
여기선 맑아 보이지만 저 위 쪽은 바람이 강하고 날씨가 급변한다고 하네요. 뭐, 날씨가 급변하는 건 이 전에도 봤으니 충분히 짐작이 가더군요. 하여튼, 구 베이스캠프에서 등반을 하게 되면 악화된 날씨의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되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반대편에 영향을 덜 받는 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새로 베이스캠프를 만든 거라 하네요.

위 사진에서 가운데 구름같이 뿌연 게 보이죠. 그 사이로 지나가면 산 뒤 편으로 에베레스트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야 거길 지나갈 수 없으니 그냥 포기해야 했죠. 

음... 명색이 에베레스트 트레킹이라고 했는데 제대로 된 에베레스트 사진 한 장 없네요;;;
뭐, 사실, 제대로 봤어야 말이죠. 지금껏 찍은 것 중 산 끄트머리가 살짝 나온 게 몇 장 있지만 그걸 두고 “이게 에베레스트 꼭대기야!” 하는 것도 웃기죠. 
어째 느낌이, 마치 앙꼬 없는 찐빵을 고른 듯 할지도 모르겠네요;;; 



작열하는 태양을 머리 위에 두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기분이 정말 요상했습니다.
어쩐지 누구한테 돈 떼여먹힌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여기처럼 하얀 풍경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었을까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역시,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죠. 그래도 이제 이번 트레킹의 목적 하나는 달성했으니 여행의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일만 남았단 생각에 기분이 홀가분하기도 했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고소증세로 혹시 도중에 돌아가는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나 노심초사 했었거든요. 더 이상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니 마음이 편해질 수 밖에요.


음...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포스팅에서 칼라 파타르의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