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안나푸르나 관람석, 푼힐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네팔

안나푸르나 관람석, 푼힐

JosephKimImage 2010. 10. 13. 10:50
고레빠니에서 푼힐까지는 불과 30분 밖에 안 걸리는 거리지만, 고도가 갑자기 확 높아지는 만큼 길이 가파릅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막 뛰어가면 금방 지쳐 고생하게 되죠.

 

보통 9월말 기준으로 일출 시각이 5시 반 정도 되기 때문에 숙소에서 늦어도 4시 반에 출발해야 맘 편히 올라갈 수 있습니다. 비록 이른 시각이라 어둡긴 해도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고 곁길이 없기 때문에 헤맬 일은 없죠.

지금까지 트래킹 하는 동안 늘 덥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만큼은 상당히 추웠습니다.
도착해서 해가 뜨길 기다리다 보면 체온이 뚝뚝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죠.
그래서 여기 올라갈 땐 다들 따뜻하게 입고 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가면 따뜻한 차를 살 수가 있는데, 여기서 마시는 차 맛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푼힐 꼭대기에도 전망대 같은 곳이 있는데, 사진 찍기는 여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비록 좀 춥긴 했지만 아래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리 잡기도 힘들고 거기서 볼 수 있는 풍경도 위쪽보다 별로였거든요.



저희가 올라간 날은 날씨가 막 좋진 않았습니다.
원래 아주 화창한 날엔 안나푸르나가 한눈에 다 보인다는데, 이 날 저에게는 그런 행운이 오질 않더군요.



그나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구름이 걷히긴 했는데, 온전한 산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냥 조금이라도 본 게 어디야 하면 스스로 위안을 삼아야 했죠.



그 조그만 산의 모습 조차 못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요.



해는 이미 떴는데 산은 보이지 않아 아쉬워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구름 사이로 산의 모습이 조금, 정말 조금 드러나기 시작하더군요.



정말 감질나게 천천히, 약간씩 모습을 드러내는데, 시간이 참 안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설마 저러다 마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했죠.



마침내 몇몇 사람들은 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포기하고 숙소로 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솔직히 저도 글렀다 싶어 장비 정리하고 내려갈까 고민이 많이 되었죠.
그러나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너무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제대로 다 보진 못했죠. 그냥 몇 개 봉을 잠깐씩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산 말고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할 수 있었죠.

 

아침 햇살을 받아 붉은 빛이 도는 산의 모습에 숨이 벅차 오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풍경을 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왜 목숨을 걸고 그렇게 올라가려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들에겐 저 산은 그냥 ‘산’이 아니란 걸 알 것 같았거든요.



구름과 해, 그리고 산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말 그대로 신비로운 그림이었습니다.



구름 틈 사이로 내리는 빛살의 아름다움 역시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죠.

 

완전히 날이 밝아진 뒤에도 안나푸르나는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길 거부하더군요.
그래서 끝끝내 그 모습은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길 찾는구나 싶었네요.

마치 안나푸르나가 자신의 속살을 살짝 가린 것처럼 더 신비로운 느낌의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죠.
음… 매력적인 이성이 훌러덩 옷을 다 벗어버린 것보다 살짝 가린 게 더 섹시하게 느껴지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