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호주에서 차례상 차리기 본문

호주에서 산다는 것

호주에서 차례상 차리기

Energise-r 2015. 2. 19. 11:45

처음으로 차례상을 차리게 되었다.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보니 어머님 건강이 안 좋아 보이셔서....내가 먼저 어머님께 제가 달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그래놓고 좀 심란했었다. 논문으로 한창 바쁜 때라 시간적 압박과, 만인이 아는 요리 실력 없음과, 게다가 제기랑 재료도 구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우선 재료 장만....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브리즈번이다 보니 웬만한 재료는 구할 수 있었다. 말린 고사리도 있고, 설이라 그런지 감, 조기도 들어와 있고...하지만 북어포와 대추는 구하지 못해 몇 군데를 돈 끝에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밤도 생밤은 못 찾아서 다 까서 익혀 나온 녀석으로 대체했다. 생선전은 Sea Perch라고 흰 살 생선에 가격이 다른 것보다 세길래 골랐는데 해 놓고 나니 맛이 동태전이랑 비슷한 것 같다. 육적은 호주산이긴 하지만 프리미엄 안심으로 준비했다. 한국술은 구하지 못해 청하랑 색은 같고 맛은 고급진 화이트 와인으로 대체했다. 

저녁 먹고 남편이 재의랑 놀아주는 짬짬이 나물 무치고 전 굽고 동그랑땡 만들고... 손이 느려 시간은 많이 걸렸는데, 워낙 양이 적어 그런지 차려놓고 보니 쪼끔이다. 

어머님께서 배로 부치신 제기는 아직 도착하려면 몇 달 더 있어야 하고, 이번에는 그냥 있는 대로 지내기로 했다. 어른 두 식구 밥그릇 국그릇 밖에 없어 급히 다이소에 가서 그릇을 공수했다. 

남은 한 가지 문제는 바로 시간....제사는 저녁에 지내니 괜찮은데 차례는 명절날 아침에 지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호주는 공휴일이 아니다 보니 남편 출근 전 새벽에 지내야했다. 

이렇게 정신 없이 나의 첫 차례상 차리기가 끝났다. 짧게 절하고 치우다 보니 좀 허무하기도 하다. 남편도 뵌 적 없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상인데다가,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의미도 없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그저 나에게는 어머님 힘드신 걸 좀 덜어드렸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여튼 이렇게 하니 호주에서는 그저 평일 중 하루 같던 날이, 명절로 다가오긴 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