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설 (32)
J Family Story
1999년 출판 이래 스테디셀러인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었다. 제주도 출신인 작가의 유년 시절의 추억과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제주도가 고향인 내게는 각별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였다. 4.3 사건과 6.25 같은 굵직굵직한 역사의 아픔과 가난의 생채기 속에서도 제주의 자연은 아이들을 키워낸다. 작가와 세대 차가 나지만 주인공이 노닐던 곳, 정겨운 사투리 또한 나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질투, 수치심, 이성에 대한 관심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성장통 또한 공감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아름답기만 한 유년시절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그 시절은 크고 작은 추억들로 아로새겨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를 그 시절로 데려다준다. 이 책을 읽고 부쩍 고향..
브리즈번 city library에는 한국책들이 좀 있어 가끔 전공 서적이 아닌 말랑말랑한 책이 읽고 싶을 때면 찾는답니다. 이번 열흘 간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할 책으로 골라 온 것은 구효서 작가의 이랍니다. 구효서 작가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사실 작품으로 접해본 적은 없었답니다. 이 책을 고른 것은 순전히 '디아스포라 (Diaspora)'라는 서평의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민족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말로, 고국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저희 같은 사람들도 지칭할 수 있겠지요. 거기에 베를린 여행에서 느꼈던 코 끝 찡하던 추위가...한 여름의 호주에서 갑작스레 그리워서랄까요? 그렇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에 문외한..
브리즈번에서도 시티에 있는 도서관에 가면 한글 서적들이 좀 있습니다.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저는 주로 신뢰가 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고르는데요...그렇게 해서 빌려 온 책은 조정래의 장편소설 랍니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이야기가 무척 많이 들리는데...(무슨 기준으로 붙이는 지도 모를 지경이다.) 해방 이후 좌우 이념 대립을 둘러싼 해 묵은 감정이 29년이 지나 들춰진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념 대립이라는 말도 거창하다. 그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던 이들의 분노는 이념 아닌 것으로도 설명 가능한 것이었고.... 분노의 잔인함은 그 분노 아래 무더기로 목숨을 잃은 자들의 대를 이은 분노를 불러왔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 그 자손들이 맞닥뜨리는 역사의 무게 또한 잔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