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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둘째날 (므완자)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아프리카(탄자니아, 케냐)

아프리카 여행, 둘째날 (므완자)

JosephKimImage 2010. 5. 12. 05:13
둘째 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영국이랑 시차가 3시간 밖에 안되서 시차적응 따윈 말할 필요도 없겠네요.

그래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아프리카에 온 게 맞나 순간 헤깔렸습니다^^;;

일단 아내와 전 잠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집주변을 둘러보러 나갔습니다.



집주변이 아주 장관이더군요^^;;;
뒷마당에 나무들이 많아서 참 좋았습니다.
어른에게도 좋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 같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하고 살려면 시골로 가야겠죠?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갑부가 아닌 이상엔 말이죠.

여하간 아프리카 물가가 결코 싸진 않은 것 같은데 그나마 여기 집값은 괜찮나봐요. 시골이라서 그런가?
제가 므완자를 시골이라고 하니 형님이 발끈하시며 그래도 '탄자니아 제2의 도시'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도시화 정도로 보면 아루샤(Arusha)가 더 나아보이긴 했는데 도시 규모는 므완자가 더 크다네요. 아루샤는 조그만 공간에 꼬깃꼬깃 쑤셔 넣은 듯 하다고 하시더군요^^

아무튼 형님네 애들과 집주변을 뛰어다니다-정말로 달리기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달리기를 좋아하던지...- 꽃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을 봤습니다.

영국에서 벌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 왜 그리 눈에 확 띄던지요.
보자마자 사진기를 막 들이댔습니다.



다른 녀석들은 여기저기 다니느라 분주한데 딱 한 녀석은 한곳에서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덕분에 사진 찍기가 더 용이했습니다.
그런데 좀 더 크게 좀 더 크게 하며 다가가는데 갑자기 렌즈가 초점을 못 잡더군요.
어찌나 아쉽던지...

벌이랑 잠깐 놀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하며 하루일정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저희가 아는게 없기도 하고 여기 대중 교통이 그닥 잘 된 편이 아니라 저희끼리 다니기가 좀 그래서 형님 일하시는 곳 견학 좀 하며 여기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형님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한산했습니다.
다니는 차도 별로 안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긴, 사무실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게 아니라 당연했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제 2의 도시라는데... 썰렁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뭐랄까 별로 특색이 없달까요. 흠... 솔직히 뭘 기대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사무실에 도착해서 보니 그냥 일반 가옥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빌딩을 예상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보안요원도 계시고 따로 일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 때까지 아프리카 현지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생명체(?)인 듯 달라 보였는데 이 분들 만나고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역시 별로 다를 거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죠.

너무나 당연한 건데 저도 잠시 잊었던 것 같습니다. 편견을 갖지 말자 늘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는데... 참 부끄러웠습니다.

여하간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제겐 현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좀 사라진 계기가 되었네요.

형님은 현재 므완자에 의료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신데 현지 상황을 들으니 정말 대단하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전에 한국에서도 MBC에서 'W'란 프로그램 촬영팀이 와서 찍어 갔다고도 했습니다.
전 TV를 거의 보지 않는터라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한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찍어갔다면 이야기꺼리가 되는가 보다 했네요.

동영상을 보니 이야기꺼리 정도가 아니라 상황이 아주 심각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W에 나온 주요 내용은 빅토리아 호수(Victoria lake)에 있는 기생충에 간염된 코메섬(Kome island) 주민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영상을 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

이 기생충은 사람 몸에 들어가서 내장기관을 다 파괴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데 주민 대부분이 이미 기생충에 간염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기생충 때문에 주민들 평균 수명이 30대를 넘어가지 못한다고 하니 참...


더 기가 막히는 건 비단 코메섬 주민들만 그런게 아니라 호숫가에서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이 있다는 건데 안타깝게도 삶의 터전이 호수다 보니 약 먹는 순간에만 기생충이 제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감염이 되는 게 실상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주민들에 대한 예방교육과 함께 여러 활동을 동시에 진행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흠...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네요.


위 사진이 현재 짓고 있는 의료센터라고 하는데 하루빨리 지어져서 좋은 결과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벽에 붙어있는 도마뱀을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도마뱀을 왕왕 봤던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개구리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약간 귀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길 마치고 므완자에 있는 현지 의료센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차창 밖을 보니 아침에 올 때와 달리 거리에 사람들도 이동하는 차량도 더 눈에 띄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느낌은 시골 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위 오른편에 보이는 승합차가 여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버스랍니다.
잔지바에서는 '달라달라'라고 부르던데 므완자에선 뭐라 하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달라달라는 차량 소유주가 개인사업자로 개별적으로 운행을 한다고 하네요.
물론 운행코스는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차량들이 하나하나 멋드러지게 꾸며져 있더군요.
마치 개인 승용차를 꾸며 놓은 것 같았습니다.


현지 의료센터는 예상보다 너무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시설 곳곳을 둘러본게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규모만으로는 좋아보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과 잠깐씩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인상이 참 좋으시고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 분들 말에 의하면 탄자니아 의료 서비스 상태가 별로 좋진 않지만 그나마 므완자는 여기 센터 덕분에 사정이 좋은 편이라 그러더군요. 흠...

사람들과 대화를 마치고 여기서 나와 공항으로 갔습니다.
형님 기관에서 자원봉사자가 온다고 해서 간 거였는데 공항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왼쪽 사진 정면에 보이는 게 공항 사무실이고 왼편에 분홍색 지붕 건물이 터미널입니다.
실내는 더욱 앙증 맞았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작은 공항은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필리핀에서 봤던 작은 공항도 여기에 비하면 궁전이었던 것 같네요^^

여튼, 일단 자원봉사자와 함께 집에 잠시 들려서 짐을 내리고 다 함께 시내로 나갔습니다.




시내는 북적이는 사람들로 번화한 곳도 있었고 한산한 곳도 있었는데 장소마다 그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아, 거리를 돌다가 눈에 익은 간판도 보였습니다.
삼성 대리점인 것 같은데 의외로 크더군요.

그러나 삼성 간판은 여기서 본 게 다였고 이 후 다른 지역에서 본 건 죄다 LG 간판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LG가 강세라더니 정말이구나 싶었습니다.



좀 더 돌아다니다 보니 제법 큰 광고판도 눈에 띄였습니다.
웃기게도 큰 광고판 때문인지 이젠 조금은 도시스러워 보이더군요^^;


시내를 돌다 신기한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른편에 보이는 물고기 분수대가 그건데 도로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더군요.

형님 말씀으로는 므완자의 상징이라는데 제 눈엔 약간 생뚱맞아 보였습니다^^

시내를 돌다보면 허름한 집들이 많고 도로가 좀 허접해보여서 므완자에 못사는 사람들만 있는 듯 착각할 수도 있는데 실은 엄청난 부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소위 부촌이라 불리는 동네도 있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거긴 정말 다른 세계 같더군요.

위사진은 부촌에 있는 집 중 하나인데 딱 봐도 저긴 다르구나 느낌이 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빈부격차가 크다고 하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와는 비교 꺼리가 안되는 것 같네요. 여기저기 시내를 돌다가 일몰을 보기 위해 산쪽으로 향했습니다.

산 정상에 일몰을 보기좋은 곳이 있다고 해서 가는 거였는데 예상치도 못한 교통체증이 저흴 도로에 붙들어 매더군요.





원래 므완자에는 교통체증이랄게 없었다는데 최근에 갑자기 생겼다고 합니다.
신호등 때문인가... 웃기게도 최근에 므완자에 신호등 하나가 생겼는데 한동안 그것 때문에 차가 엄청 막혔었다고 하더군요.

므완자같은 그 큰 도시에 신호등이 달랑 하나 생겼다는 것도 웃기지만 교통정리 할려고 만든 신호등 때문에 차가 더 막혔다는 데엔 어이가 없더군요^^;;


여튼 정체로 인해 이미 늦은 감이 있었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산 정상으로 뛰었습니다. 평소 운동 안한게 여기서 드러나더군요. 얼마 뛰지 않았는데 어찌나 숨이 차던지...--;;
게다가 어두워지니 조그만 날벌레들이 입 안으로 막 들어왔습니다.
달리면서 얼마나 먹었는지... 아흑... ㅠㅠ



산에 다 올라갔을 때는 해는 이미 강 너머로 지고 어둑어둑 해진 뒤였습니다.
약간 정말 약간은 아쉽더군요. 조금만 빨랐어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

이 날 여정은 여기가 마지막이었네요.

해가 완전히 지고 주변이 거의 깜깜해질 즈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동안 너무 어두워서 애를 먹었네요.

휴대폰을 플래쉬 삼아 내려오는데 길이 꽤 험했습니다.
이런 길을 올라올 땐 어떻게 달려갔는지 신기할 정도였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올라올 때와 달리 날벌레들은 없었다는 거네요.


다음 날엔 그 말로만 듣던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를 지나가기로 되어 있어서 이 날 밤도 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갈 길이 꽤 멀기 때문에 아침 8시 전까진 세렝게티 입구에 도착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밤에 자는데 형님 가족들과 헤어질 걸 생각하니 마음이 영 싱숭생숭 했습니다.
또 언제 볼 수 있으려나...


므완자는 솔직히 관광지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냥 조그만 마을 같달까요?
그러나 최근엔 사파리 가는 사람들이 므완자로 많이들 온다고 하네요.

여튼 빅토리아 호수에도 조그만 섬들이 많이 있다는데 기생충 얘기를 듣고나니 호숫가 가까이 가기가 어쩐지 꺼려지더군요.
혹시 가시는 분 계시면 조심하시길...

아, 중간에 잠시 언급했던 자원봉사자 분은 마침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에스살렘(Dar es Salaam)에서 오셨던 터라 그 쪽 상황에 대해 좀 여쭤봤습니다.

그 분 말씀으론 한달 정도 계셨다는데 딱히 치안이 나쁘단 인상은 없으셨답니다.
그래서 계시는 동안 거리에서 '위협'을 느꼈던 일은 딱 한번 있으셨다는데 그것도 그냥 별일 없이 지나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쯤에서 얘기를 그만 들었어야 했는데 별로 도움이 안되는 얘기도 들었네요. 카메라 같은 건 길에서 꺼내기 힘들다는 둥 괜히 친한 척 접근해서 사는 집을 알아내려는 사람도 있었다는 둥 정말이지 차라리 안 들었음 좋았을 얘기들이었습니다 --;;;

아, 그 자원봉사자분을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덕분에 항상 조심하며 다녀서 별 탈 없이 돌아올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웃긴 건 제가 말은 저렇게 해놓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항상 카메라를 손에 들고 다녔다는 거. 마음은 긴장 상태였는데 사진 찍는 것도 포기할 수가 없어서 길을 걸어다닐 땐 스트랩으로 팔에 둘둘 말고선 항상 손에 쥐고 다녔죠.
흠... 가끔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제 손에 집중되는 걸 느끼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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