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아프리카 여행, 9th day (나이로비)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아프리카(탄자니아, 케냐)

아프리카 여행, 9th day (나이로비)

JosephKimImage 2010. 5. 25. 20:44
특별히 바쁜 일도 없는데 이른 아침부터 눈이 떠졌습니다.

아마도 사업장 견학하는 것 때문에 그런 듯 했습니다. 오늘 거길 다녀오면 열악한 환경이란게 어떤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일단 기관본부에 갔다가 거기 직원과 함께 사업장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기관은 나이로비 슬럼가 근처에 있어서 시내 외곽으로 꽤 가야했습니다.

직원 말로는 차가 안막히면 15분 정도면 가는데, 차가 막히면 꿈쩍도 못한다네요.
다행히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거리에 다니는 차도,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어쩐지 축 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하지만 건물 내부는 많은 사람들이 뭔가로 분주해서 그런지 활기차 보여 좋았습니다.

저희는 기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건물을 둘러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더군요.
그리고 현지 직원들의 수도 훨씬 많아서 솔직히 조금 놀랬습니다.


기관 건물 뒷편을 보니 넓은 공터가 펼쳐져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썰렁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하늘을 보다보니 뭔가 이상하게 있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크기도 꽤 크고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습니다.
뭘까...


그러고 보니 조금 떨어진 공터에도 뭔가가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더군요.

카메라를 가져와 망원렌즈로 교체해서 들여다 봤습니다.
순간 움찔했네요.

엄청 큰 새들이 여기저기 날개를 편 채 서있었거든요.
마침 주변에 축구 골대가 있어서 그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었는데, 흐휴... 장난 아니게 컸습니다.


생긴 건 학처럼 생겼는데 색깔은 짙은 회색이었습니다.
나중에 직원에게서 들으니 정식 명칭은 모르겠는데 여기선 '쓰레기 새'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그 이윤 듣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되더군요.


멀리서 보는데도 생김새가 어쩐지 혐오스러웠습니다.
바로 앞에서 봤다면 어쩐지 소름 끼칠 듯.

저렇게 큰 새가 마을에 있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자원봉사자분과 함께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데 참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제봉일부터 미용, 목공, 컴퓨터 교육 등 정말 다양하게 하고 있더군요.


주변 건물들은 낡긴 했지만 그렇다고 슬럼가 같진 않더군요.

전 '슬럼가' 하면 '판자촌' 같을 줄 알았거든요. 자원봉사자 말로는 여기는 그나마 양호한 곳이라 그렇다고 하네요.

하지만 나중에 저희가 가게될 곳은 여기랑 달리 많이 열악할 거라고 귀띔해주시더군요. 직원분 준비가 끝나고 차량으로 이동하려는데, 아까 쓰레기 새를 봤던 곳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문득 뭔가가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게 느껴지더군요.




무심코 새가 있던 공터 뒷편을 보니 어린 아이 3명이 지나 가더군요.
애가 지나가는게 뭐 특이하다고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놀랬던 건 그 애들이 지나가는 언덕이었습니다.

이 전에 볼 때는 그냥 언덕이려니 했는데 가만히 보니 쓰레기더군요.
쓰레기들이 쌓여서 저렇게 언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바로 옆에 쓰레기 새가 있었던 것이었죠.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 직원분 말씀으로는 여기 슬럼 쪽은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거의 전무해서 곳곳에 저렇게 쓰레기를 쌓아놓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것 때문에 비가 오거나 하면 질병의 위험도 커진다고 하네요.


아침부터 심장이 벌렁거리는걸 느껴지더군요.
이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 복잡미묘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고 건물 밖에 있는 차에 올랐습니다.

이동하면서 창 밖에 지나가는 풍경을 주의깊게 살펴 봤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다지만 여긴 아닌 듯 했습니다.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그리고 그런걸 전혀 게의치 않는 듯한 사람들.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삶의 모습에 심장이 마구 뛰더군요.


공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선 가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게 가슴 한켠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하...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하루빨리 사라졌음 좋겠네요.
생각만 조금 달리하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텐데 말이죠...


저희가 제일 먼저 방문할 곳은 학교였습니다.
학교는 차에서 내려 좀 걸어야 되는데 현지인 가이드 없이는 위험하다 해서 일단 차에서 가이드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개인 소지품 관련해서 주의사항을 몇가지 들었죠.

카메라 같은 건 가방 안에 넣어둬야 한다고 해서 무척 아쉽더군요.
그래도 잃어버리는 것 보단 나으니까...


그 외 시계나 조그만 소지품도 가능한 눈에 안 띄게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오죽하면 여긴 현지인들도 위험해서 오길 꺼려한다고 하네요.

흠... 이런 얘기를 들었더니 괜히 긴장되더군요.

잠시 후 가이드가 와서 같이 이동하는데 이건 뭐, 가이드가 아니라 가드(Guard)였네요. 저희 일행 앞뒤로 한명씩 서서 곤봉을 들고 걸어가더군요 --;;

걸어가면서 보는데 거리가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로 지저분 하더군요.
여기저기 동물들 똥이 널부러져 있고 쓰레기들도 곳곳에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쓰레기 주변엔 돼지 몇 마리가 머리를 파묻고 있더군요.

게다가 사방에 파리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데 입안으로 날아들까 겁이나더군요.

정말 충격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간 날은 날씨가 맑았으니 그 정도였지, 비라도 오면 도로는 온통 똥물로 넘쳐난다고 하더군요.

흠... 어떻게 이런 데서 살 수 있는 걸까요...


다행히 학교 내부는 그나마 깨끗하더군요.
그리고 원래 방학이라 학생들이 없을거라 했는데 막상 가보니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분은 여기 선생님이신데 수업 때문에 길게 얘기는 못하고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가셨죠.


그나저나 처음 거길 갔을 땐 슬럼가에 있는 아이들은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험 같은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열심히 한다고 하네요. 역시... 저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네요.

거기서 나와 그 다음으로 간 곳 역시 학교였는데 우리나라 고등학교 같은 곳이었습니다.




역시 고등학교라 선생님도, 건물도 더 많더군요.
비록 가건물이었지만 이렇게라도 교육시설이 있다는게 좋아보였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니 거기 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건물 뒷편 풀밭에 쉬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넸는데, 수줍은 듯 웃음을 띄며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더군요^^; 괜히 머쓱했네요.


학교 밖으로 나와 차가 있는데까지 걸어가는데 동네 꼬마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그리곤 대뜸 "How are you?"라고 영어로 말을 하더군요.

처음엔 한명이, 나중에 여기저기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무슨 노래인냥 하와유 라고 소릴 지르는데 너무 귀엽더군요.




처음엔 조금 떨어져서 소리만 지르더니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까 갑자기 우르르 몰려들더군요. 어찌나 재밌어 하던지 나중엔 일부러 웃긴 표정을 짓는데 절로 웃음이 나왔네요.

아, 한가지 재밌는 건 아이들이 아는 영어는 오직 하와유 뿐이라 뭐라 대답하면 다시 하와유 하더군요^^;
그래서 질문도 대답도 다 하와유라고 말하는데 그 특유의 엑센트가 너무 귀여웠습니다.

마음 같았음 작정하고 아이들 사진을 왕창 찍어가고 싶었는데 오늘 견학은 사진촬영이 목적이 아니었던지라 바로 이동해야 했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네요.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모습... 도움이 필요한 게 맞겠죠?


다음에 간 곳은 보건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여긴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아 늘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보건소라고는 해도 의사는 없어서 치료는 못하고 약만 제공한다고 합니다.
저희가 갔을 땐 그나마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많은 날은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사실,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 그닥 놀라운 사실은 아니죠.

역시 이런 곳일수록 의료시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길 마지막으로 견학을 마쳤는데 심정이 복잡했었네요.
어쩐지 뭔가 심하게 잘못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한편으론 엉뚱하게도 제 자신이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만약 여기에 태어났더라면 지금의 전 없었겠죠?


하여간 여기 사진들을 찍고 이렇게 포스팅하면서 걱정되는게 있더군요.

아니, 사실은 이렇게 포스팅하는게 옳은건지 망설여졌었습니다.
제 사진과 글로 인해 행여나 부정적인 시각이나 불필요한 편견을 갖게 하는게 아닌지 걱정되더군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보여드리고 같이 고민하며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인데 말이죠.
부디 그러지 않길 기도해야겠어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