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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계 누드 자전거 라이더 퍼레이드 (World Naked Bike Ride in Brighton) 본문

사진 & 영상 이야기

2010년 세계 누드 자전거 라이더 퍼레이드 (World Naked Bike Ride in Brighton)

JosephKimImage 2010. 6. 14. 06:28
작년에 영국 왔을 때, WNBR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냥 재밌는 행사를 다 하네 하고 넘어갔는데, 어제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저 행사에 대한 정보를 다시 접하게 되었네요. 마침 날짜가 오늘이더군요.
브라이튼에선 올해로 5번째 행사인데,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행사 팜플렛인데 여기에 이 행사의 취지와 행사관련 정보가 있습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전거와 자신의 신체에 대해 감사하기
  2. 자전거 라이더들의 취약성 전파
  3. 자동차 중심의 문화 비판

결국, 라이더들이 좀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라이더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 수립을 주장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공식 홈페이지(http://wiki.worldnakedbikeride.org/index.php?title=Brighton_%26_Hove)에 가 보면 좀 더 자세한 정보가 있습니다.




행사는 낮 12시부터 시작하고, 퍼레이드는 1시 반부터 더 레벨(The level-지명입니다)에서 출발 하더군요.
처음 거기 도착했을 땐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행사가 시작할 즈음부터 갑자기 막 늘어났습니다. 작년에 700명이 모였다 하니 올해도 최소한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퍼레이드가 시작되니, 근처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더군요.




행사 규모가 크다보니 언론 쪽에서도 많이 온 것 같았습니다. 어떤 기자분은 저도 기자인 줄 알고 행사 일정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네요^^




행사 참여자 거의 대부분이 백인 계열로 올누드도 있고 속옷을 입은 사람도 있고 그랬습니다.
여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것을 알 수 있었네요.
아, 오른편 사진에서 빨간 머리 아주머니 바로 옆에 남자분은 한국 사람이었네요. 가슴에 태극기를 그렸더군요.

퍼레이드는 꽤 먼거리를 이동하는데, 따라 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 말고도 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열심히 뛰어다니더군요.



퍼레이드는 더 레벨을 출발해 해안가를 따라 가다가 넓은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참여자들도 그렇고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그렇고 반응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들 당당하고 부끄러워 하는 기색이 전혀 없더군요. 구경하는 사람들도 크게 놀라진 않고 그냥 흥미롭게 보거나 가끔 박수치며 응원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이런 행사가 있었다면 아마 난리 났겠죠?
어르신들은 세상 말세라 그럴테고 보통은 제정신이 아니라 그러고, 뭐 대충 상상이 가네요.
이런 걸 볼 때 여긴 이런 부분에 대해 참 열려 있단 생각이 들더군요.
정상, 비정상 두 갈래로 나눠 판단하려 않고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고방식. 필요할 것 같네요.

여튼, 공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다들 자전거를 세우거나 눕혀 놓고 춤을 추거나 풀밭에 드러누워 쉬더군요.
저도 쉬고 싶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저들 속으로 들어가 보나 싶어 열심히 다녔습니다.


위 더보기 사진 중에 마이크 들고 계신 분이 있는데, 저분이 행사 리더 같았습니다.
뭐라고 한참 말씀하셨는데, 제가 알아들은 건 퍼레이드 다음 목적지 하나네요^^;

지름길을 통해 미리 가서 자리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 일행들이 오는 게 보이더군요.




이렇게 보니 참가자가 엄청 많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 뒤로 경찰들이 배치되어 혹시나 있을 사태에 대해 대비하고 있더군요.
이런 행사에도 저렇게 경찰을 투입하는 걸 보니 참 다르단 생각이 들었네요.

참, 리더분은 카메라맨 아저씨를 태우고 다니던데 정말 힘 들겠다 싶더군요^^;




일행 중에는 마치 할로윈 데이처럼 다양하게 분장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축제같은 분위기였네요.

퍼레이드는 브라이튼의 최대 번화가를 지나가는데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행사 참가자도 참가자지만 특히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과 운전하는 사람들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내더군요. 특히 운전하는 분들은 차가 막혀 짜증이 날 만도 한데, 되려 웃으며 응원하더군요.




이동하면서 노래하는 사람, 장기 자전거 투어를 하는 듯한 사람, 아이랑 같이 나온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심지어 임산부도 보였네요. 그런데 저래도 괜찮은가 걱정되더군요.

특히 아이랑 같이 나온 사람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럴 수 없겠죠^^;

마지막에 보이는 게 행사지원 차량입니다. 저렇게 퍼레이드 마지막에 붙어 따라 다니더군요.



그런데 오늘 이 행사 말고 다른 행사도 있어나 봅니다.
도중에 오토바이 무리들과 만났거든요.



그러나 별일 없이 그냥 같이 이동하더군요. 서로 인사하고 웃으며.

여튼, 시계를 보니 행사 일정이 예정보다 상당히 많이 지체 되었더군요. 이제 2/3 정도 왔는데 시계는 이미 예정 종료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정된 코스에 미리 가서 기다렸는데, 퍼레이드가 더이상 보이질 않더군요.
아마 시간이 다 되서 출발지역을 기점으로 오늘 퍼레이드를 마친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버스를 타고 거기 지나가면서 한번 더 봤는데 역시 안보였네요.


오늘 행사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누드라 하면 다들 이상한 시각으로 볼 수도 있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은 분위기가 기억에 남네요.
행사 내내 즐거운 듯한 분위기도 좋았고 날씨도 마침 기막히게 좋았습니다^^
게다가 사소한 사고 하나 없이 행사가 치뤄지는 걸 보니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서 그런지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모두가 성숙한 인격체로 보인 그런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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