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안나푸르나로 가는 길, 뽀카라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네팔

안나푸르나로 가는 길, 뽀카라

JosephKimImage 2010. 10. 4. 14:28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8시간 정도 가면 뽀카라(Pokhara)란 마을이 나옵니다.
버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버스라 할 수 있지만 고속도로가 없는 네팔에선 그 속도가 로컬버스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네요.
옛날엔 그린라인(Greenline) 버스 얘기만 들려서 그 버스만 있는가 했더니, 막상 가서 보니 다른 다양한 버스회사가 있었습니다.
대충 세어보아도 10여개 회사가 있는 것 같더군요.

가격은 그린라인이 1인당 18달러로 여기 물가를 생각하면 완전 럭셔리 버스에 해당됩니다.
다른 회사 버스와 달리 에어컨도 나오고 물 한 병과 점심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죠.
게다가 점심은 간단히 도시락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럴싸한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제공하더군요.

그러나 저렴한 버스는 불과 350루피로 대충 5달러가 좀 안 되니 물값과 식사값 감안해도 가격차가 꽤 납니다. 물론 에어컨도 안 나오고 도중에 사람들을 태우거나 내리기도 해서 이동시간도 더 걸리긴 하지만 헝그리 여행가로선 싼 게 더 좋겠죠.
물론 더운 여름엔 좀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말예요.

아, 버스티켓은 해당회사 사무실에서 살 수도 있지만 여행사를 통해서 사면 더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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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네팔엔 고속도로가 없기 때문에 차들이 그리 빨리 못 달립니다.
그 덕에 오히려 주변경관 둘러보기가 좋죠.
솔직히, 길이 원체 좁고 중간중간에 길을 막고 공사를 하거나 차가 고장 나 서 있거나, 혹은 그냥 서 있거나(--;) 해서 엄청 막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 짜증이 나기도 하죠.
그러나 이왕이면 좋게 생각하는 게 좋잖아요.

뽀카라에 도착하면 정말 조그만 마을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숙소는 대부분 호수 근처에 많이 있는데, 시설이 천차만별이라 여기저기 둘러 보셔서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겠죠. 짐만 많이 없다면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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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가볍게 시내를 나와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호수였습니다.
한가로이 떠있는 배들과 그 안에서 엄청 힘들게 노 젓는 사람들;;
생각해보니 뽀카라는 마치 우리나라 강촌의 모습과 닮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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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생각보다 차량이 별로 없고 매연이나 소음도 심하지 않아 카트만두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도 더 평화롭고 아늑해 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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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맑은 날엔 마을 뒤쪽으로 안나푸르나 설산도 보입니다.
제가 도착한 날은 불행히도 구름이 껴서 보진 못했지만 다음날 산으로 갈 땐 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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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도 다양하게 있고 가격도 카트만두와 비교해서 그리 비싸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펍이나 레스토랑 인테리어가 독특하거나 예쁘게 꾸며진 곳이 많아 좋았네요.

기억 나는 식당은 ‘낮술’로 간판도 한국어로 적혀있고 음식도 한국음식이 있습니다.
거기서 먹은 찌개나 불고기는 정말 맛있었네요. 가격도 우리나라 돈으로 5, 6000원 꼴이니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보통은 외국 나가서 일부러 한국음식점을 가진 않는데, 여긴 하도 맛있단 얘길 많이 해서 가봤죠.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정말 만족도 150%였습니다. 음식도 좋았고 거기서 공짜로 주는 보리차도 너무 좋았죠.
트래킹 끝나고 여기서 기분 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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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날씨도 영국만큼이나 변덕스러운 건지 저녁에 갑자기 구름이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비가 내리더군요.
그런데 그 비가 정말 미친 듯이 쏟아지더니 급기야 도로가 잠겨버리더군요.
다음날 트레킹 출발하는데 이런 모습을 봤더니 정말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날씨에 어떻게 트레킹을 할지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웃기게도 1시간 정도 막 쏟아 붓다가 딱 그치니까 도로에 넘쳐나던 물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빠졌습니다.
마치 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장면처럼 물이 순식간에 빠지더군요.
근처에 호수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신기했네요.

다행히 이후 트레킹 하는 동안 날씨가 상당히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하늘이 도운 것 같네요. 그나마 우기가 끝났으니 이 정도였지, 만약 우기였다면 그냥 포기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혹시 여기 오시는 분들은 우기는 꼭 피하시길 바래요.

뽀카라에서는 사실, 오래 머물며 보질 못해서 그런지 말씀 드릴 게 별로 없군요.
그저 조그만 마을에 아담한 풍경, 예쁘장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기억에 남는 곳이었습니다.
아, 절 깜짝 놀라게 했던 날씨도 기억에 남네요.

다음 포스팅부터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면서 느꼈던 걸 말씀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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