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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3박4일 둘째날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독일

베를린 3박4일 둘째날

JosephKimImage 2010. 2. 8. 01:25
둘째날... 아침에 눈을 뜨고 젤 먼저 느낀 건 '엄.청.춥.다.' 였습니다.
전날 밤 방안에 있는 히터가 켜진걸 확인하고 잤는데, 이상하다 싶어 히터를 만져보니 미지근하더군요.
세상에...
뭐 얼어 죽을 정도로 춥진 않았지만 좀 어이 없었네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습니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가져다 먹으면 되는데 딱히 특별한 건 없었네요. 그냥 토스트랑 야채 샐러드, 음료, 햄, 계란, 시리얼 등.

방으로 돌아와 씻고 나갈 준비를 하다가 문득 창밖을 봤더니, 북한 대사관이 보였습니다.
 이상 야릇한 느낌.
특히 빨간 배경에 쓰여진 글귀는 사진에서나 보던 그런 내용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마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다가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보고 있었지만 지나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더군요.

생각해보니, 여행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북한 사람은 한번도 못 봤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있기나 하나...

숙소에서 나와 저희가 향했던 곳은 체크포인트(Check point)로 우리나라 판문점 비슷한 곳입니다...라곤 해도 막상 가보니, 그냥 일반 도로였네요.


약간 당황스러움... 재밌게도 사진에 보이는 군인 모습이 동독과 서독이 서로 달랐습니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관광지인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싶었네요. 있는 거라곤 고작 가판대에 놓여진 기념품들 뿐이라니!

결국 저흰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사진 몇장 더 찍고나선 바로 근처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갔습니다.

박물관에는 독일 분단 당시 사회모습과 사람들 그리고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진과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참,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데 학생증이 있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네요.
그리고 큰 가방은 반입이 안되서 지하에 있는 보관실에 가서 맡겨놔야 했습니다.

내부를 보다 보니... 정말 우리나라 생각이 났습니다.
여기 사람도 이렇게 목숨 걸고 탈출하고 그랬었구나.

박물관 들어갈 때는 규모가 참 작다 생각했는데, 들어가서 보다 보면 의외로 넓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15분 정도면 다 보겠네 했는데, 왠걸 1시간 가량 본 것 같네요.

참! 주의해야 할 게 있는데, 통로를 따라 전시물을 보다보면 출구 비스무리한 게 보이는데 거길 나가면 반대로 다시 못 들어 옵니다.
아내는 덥다고 외투(?)를 보관실에다 맡겨 놨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출구를 나갔다가 외투도 없이 그 추운 도로가로 나가 다시 입구로 돌아와야 했죠.
지금 생각해도 참 희한한 구조 같습니다. 하다못해 그런 내용을 출구 쪽에 명시해 둬야 하는거 아닌가요?


여튼, 박물관을 나와 저흰 포츠담플라자(Potsdamer Platz)로 향했습니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 걸어 가기로 했네요.
책자에 의하면 독특한 건물들이 많다고 하고, 무엇보다 소니 센터 유럽본부(?)가 거기 있다고 해서 제겐 가장 흥미로운 장소로 보였습니다 ^^

가는 길에 분단 때 있었던 장벽이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작고 얇아서 긴가민가 했는데, 맞는 것 같더군요 --;
재미있는 건 벽마다 온갖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는데, 비단 여기 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마다 그래피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심지어 맨 벽을 보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네요.


그리고 역시 종종 눈에 띄는 곰 조각상.
우리나라의 호돌이 정도 되는 녀석인 것 같았습니다.
음... 그런데 호돌이가 더 귀여운 것 같네요. ^^

15분쯤 걸었나? 원래 엄청 번화가였을 듯한 곳이었는데, 날씨 때문인지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소니 센터가 있는 건물에 가니 규모도 그렇지만 내부 구조물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아이맥스도 있었는데, 마침 아바타 3D가 상영되고 있었죠.
그래서 우린 저녁 시간에 아바타 3D를 보기로 했는데, 티켓값이 의외로 비싸지 않았습니다.
여기 시세를 생각하면 싸단 느낌이...
우리나라 돈으로 한 15,000원 정도 했는데 우리나라도 그 정도 하지 않나요?


평일이고 오전이라 그런지 매표소에는 달랑 직원  1명 밖에 없었습니다.
썰렁... 원래 표를 예매할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더군요.


소니센터에 들어가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3D TV. 입체안경을 쓰고 TV를 보니, 오호 그럴 듯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고 싶었던 건 당연히 DSLR.

과연 유럽본부라 그런지 최신 모델이 다 있었습니다.

A550부터 850, 900까지 그렇게 궁금해 했던 모델이 다 전시되어 있는 걸 보니 살 것도 아닌데 아주 신이 나더군요 ^^


잠시 봤던 걸 얘기하자면 A550은 확실히 노이즈 제어가 좋아진 것 같고 라이브뷰가 편리하긴 한데 그 외는 그닥 맘에 안들었습니다.

그리고 850이랑 900은... 사실 둘 간의 차이는 거의 못 느끼겠고... 900을 좀 만지작 거렸는데,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ㅠㅠ

뷰파인더는 엄청 밝고 좋은데, 화소랑 센서크기 말고는-사실, 이게 엄청 큰 차이긴 한데- 제 칠백이 보다 좋단 생각이 안들더군요. 오히려 그립감은 칠백이가 더 나은 듯.

언젠가 소니 풀프레임 모델로 업그레이드 해야지 했던 제 꿈이 급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색감이나 이런 건 소니가 좋긴 한데, 아 이 것 참...


카메라를 한동안 가지고 놀다 밖으러 나왔는데 재밌는 걸 발견했네요.

레고블럭으로 만들어진 기린.
이게 왜 생뚱맞게 길거리에 있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근처에 레고블럭 뭐시기(?)가 있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인슈타인 모형인데 잘 만들었더군요.

문을 통해 들어가면 레고블럭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입장권을 사야했습니다. 
그래서 저흰 당연히(!) 그냥 밖으로 나왔습니다 --;;; 


특별히 레고블럭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돈을 내가며 보고 싶지 않았죠.
만약 공짜라면 볼 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으로 가기로 했던 곳은 훔볼트 대학(Universitaet Humbold)이었습니다.
이유가... 단순히 거기 소세지를 곁들인 식사가 유명하다고 해서... ^^;;
역시 거리가 그닥 멀어 보이지 않아서 걸어 갔는데, 걷다보니 꽤 멀었습니다 --;;



가는 길에 길가에 있는 조그만 장벽도 볼 수 있었고 하얗게 눈 덮인 멋진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에 멀리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urg Gate)이 보이네요. 원래 여기는 나중에 갈려고 했는데, 계획을 바꿔 거길 먼저 가기로 했네요.
아, 걷다보니 재미있는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뭔지 모르겠는데,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구조물 사이로 들어가면 의외로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략 20분 쯤 걸었나, 큰 기둥이 눈에 띄고 거길 지나가면 커다란 브란덴부르크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과연 독일의 상징이라고 불릴 만큼 웅장한 느낌이 드는 구조물이었네요.

그리고 문 너머 멀리 전승기념탑(Siegessaeule)이 보였습니다.
나중에 가까이 가보려고 했었는데 길을 못 찾아 포기했었죠.

영화 '천사의 시'에서 천사가 앉았던 탑이라고 해서 천사의 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어쩐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탑이 천사의 탑이라고 불리다니...
어쩐지 어처구니 없단 생각이 들었네요.



문 앞에 미국 국기랑 구소련 국기를 들고 있는 군인 복장의 아저씨들과 곰복장(?)을 한 사람이 눈에 띄였는데, 든 생각은 그냥 '으... 엄청 춥겠다' 였습니다.
여기도 관광지라 저런 게 있나보다 싶었죠. 허참...


그나저나 밖에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너무 춥더군요. 그래서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훔볼트 대학으로 서둘러 걸어갔습니다.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학교. 생각보다 학교가 너무 작았습니다. 뭐랄까, 그냥 관공서 건물 같다고 할까...

뭐, 여기 건물 보러 온 것도 아니고 그저 점심 식사하러 온거니까 문제될 건 없지만...

아, 화장실도 여기서 공짜로 갈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에 오고 나서는 화장실 가는게 은근 부담되었는데, 대부분의 곳이 유료인데다가 그 금액도 천차만별이었네요. 싼 데는 30센트에서 비싼 데는 1유로까지...


학교 구내 식당은 시간이 시간인지라 엄청 붐볐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현금으로 먹을 수 없다는 사실!
저흰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기다려서 음식을 받고 계산하려 했다가 현금 결제가 안된다고 해서 당황했었죠.

다행히 다른 분이 저희 현금을 받고 자기 카드로 계산해줘서 먹을 수 있었네요.


사실, 애초의 목적은 소세지였는데 불행히도 소세지가 없어 돈까스 비슷한 걸 먹어야 했습니다.
맛은... 그냥저냥...



실내에서 식사를 하고 나니 체온이 회복되면서 좀 살 것 같더군요.
그래서 다시 학교서 나와 주변에 있다는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으로 향했습니다. 다들 여기를 엄청 추천했었는데,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렇게 까지 얘기하는지 궁금하더군요.



가는 길에 다른 박물관 건물을 봤는데, 정말 굉장하단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휴...
특히 여러 조각상들은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비단 이런 박물관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건축물들도 정말 멋진 게 많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시내에 있는 건물들을 봐도 대단히 특이한 게 많았죠.
어떤 건물은 마치 무슨 작품인 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사람이 안에서 나와 놀라기도... ^^;


그나저나 막상 저희가 가려는 페르가몬 박물관은 도대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강가를 한참을 돌다가 겨우 발견.


근데 입구를 보니 건물이 공사 중이더군요. 헉... 박물관이 휴관...인 줄 알았는데 다행스럽게 그렇진 않았습니다.



박물관은 생각 이상으로 컸습니다. 조그만 입구를 딱 지나가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절로 벌어졌습니다. 참, 여긴 특이하게도 플래시만 안 터트리면 사진을 찍을 수 있더군요.

여튼, 규모면에서나 전시물 종류 면에서나 정말 감탄할 만 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여기를 추천하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아래 사진은 안에서 찍은 사진 몇장들...







박물관이 얼마나 넓은지, 다리가 아팠습니다. 그래도 오길 잘 했다 싶더군요.
만약 다른 누가 베를린에 오면 반드시 여길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은근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서 영화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나가야 했습니다.
대충 시간을 가늠해 보니 간당간당 하더군요.
그러나 다행히 생각보단 시간이 덜 걸려 막상 도착하니 되려 시간이 남았었네요.


그래서 팝콘하고 음료를 사려고 했더니 세상에나! 팝콘이, 그 조그만 팝콘 하나가 만원이 넘더군요!!!

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팝콘에다 버터가 아니라 금 가루를 발랐나...

결국 그나마 제일 싼 녀석과 맥주 하나를 샀습니다.
내 참...

영화관은 과연 아이맥스답게 엄청 크고 음향시설도 끝내줬네요.
덕분에 아바타를 제대로 보고 온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좌석이, 앞뒤 간격이 엄청 넓어서 거짓말 좀 보태서 누워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영화관 밖에 나오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낮 풍경이랑 또 다른 모습.
정말 화려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낮과는 달리 사람들이 붐벼 나름 번화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로써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죠.
가는 길에 간단히 식사를 하고 대형 마트에 들러 뭘 살랬더니 이미 문을 닫아버렸더군요.
덕분에 숙소에서 먹을 걸 살 수가 없었습니다.
에휴... 어찌나 아쉽던지!!!


다음날은 멀리 이동해야 해서 저흰 평소와 달리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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