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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네째날 (아루샤, 잔지바)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아프리카(탄자니아, 케냐)

아프리카 여행, 네째날 (아루샤, 잔지바)

JosephKimImage 2010. 5. 17. 22:19
이른 아침, 일어나자 마자 서둘러 정리하고 식사를 마친 뒤 숙소를 나섰습니다.
호텔 규모에 비해 식사가 좀 부실한 듯 하더군요.
그래도 아쉬운 대로 끼니를 해결했네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서둘 필요는 없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고 가야 아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아, 저희는 이 날 잔지바 섬으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었죠.
아루샤에서 잔지바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버스를 타고 다르에스살렘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경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입니다.

전자는 일단 상대적으로 경비가 적게 드는 반면 시간이 장난 아니게 걸립니다.
버스로 대략 7시간 가서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들어가야 되니까 이동하는데만 한 나절을 보내야 합니다.
물론 몸도 엄청 고되겠죠?


후자는 아루샤에서 바로 잔지바로 가는데다 시간은 2시간 채 안 걸리니까 훨씬 편하고 시간 절약이 되죠. 그러나 좀 비쌉니다...
가격이 두 사람에 250달러 정도 했던 것 같네요.
'육로+해로' 가는 것 보단 두배 정도 더 드는 것 같네요.


원래 저희 방식이라면 전자('육로+해로')를 택했겠지만 이번엔 므완자 형님의 조언대로 그냥 경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몸이 너무 힘들면 정작 거기 가서 제대로 못볼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거든요.



여튼 비행기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서 오전에 시내를 좀 보기로 했습니다.
여긴 외국인이 많이 와서 치안이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프리카 와서는 처음으로 시내를 걸어다녔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올 때는 날씨가 괜찮았는데 아침에 보니 여긴 비가 왔었는지 아니면 올려는 건지 우중충했습니다.
흠... 여기도 여기지만 잔지바에선 비가 오지 않아야 될텐데... 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시내를 걷는데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어오더군요.
관광객에게 뭔가를 팔려는 사람이었는데 처음에 한 명이 나중에는 두 명 세 명 자꾸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구매 의사가 없음을 밝히니 순순히 물러나더군요.

오히려 예상 외로 쉽게 물러나서 놀랬죠.
우리나라 호객꾼 보단 훨 양호하다 싶었습니다^^

큰 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골목에 이르니 현지 재래시장이 보였습니다.
아무리 치안이 좋다곤 해도 처음엔 조금 망설여지더군요.
하지만 지금 안 가면 언제 또 가보나 싶어 일단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온갖 야채와 과일들, 그리고 잡화 같은 게 있었는데 재밌었네요.
역시 여행은 현지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봐야 비로소 뭔가 본 듯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거기선 외국인이 저희 밖에 없었기에 사람들이 시선이 저희 쫓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러나 말 거는 사람도 없고 그냥... 뭐랄까 저흴 구경하는 것 같더군요^^;


시장에 나와 다시 큰 도로를 따라 걷는데 재미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우체통인데, 생긴 게 독특했습니다..
사실 통은 아니고 그냥 건물 벽에 구멍을 뚫어놓고 페인트 칠을 해놓았더군요.
저 안에 있는 걸 어떻게 꺼낼지 궁금하더군요.

아마 건물 안 쪽에 통이 따로 있겠죠?


확실히 므완자랑 비교해서 더 도시같은 느낌이 나더군요.
그런 한편 정말로 조그만 도시란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시내를 걸어서 대충 볼 수 있을 정도니...

중간중간에 버스 정류장도 보였고 므완자에선 못봤던 아파트 같은 곳도 보였습니다.

그나저나 시내를 걷다 어딜 들어서니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 손에 들려진 카메라에 딱 꽂힌 듯한 표정을 보니 순간 겁도 나더군요--;



날씨가 조금 불안하더니만 결국은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늘게 내리다가 갑자기 많이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하는수 없이 건물 앞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데 갑자기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우르르 몰려와 하나같이 뭘 사라고 들이미는데, 흐휴...
정말 이런 거에 별로 익숙치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엄청 피곤했네요.


사람들이 몰려와서 말을 거는 동안 전 흥미로운 걸 발견했습니다.
도로 건너편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아이를 본 것이죠.
사실, 별거 아닌 것일 수 있는데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흠...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까지 영국에서 인라인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요즘은 영국 날씨가 좋아져서 그런지 종종 보기도 합니다만 여튼 여행 가기 전까진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냥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공항은 시내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므완자의 그 것 보단 커 보였습니다.



공항에서 간단히 수속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가 앉은 펜스 근처에 커다란 거미가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으... 원래 거미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색깔이 어찌나 눈에 띄던지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봐도 몸이 움찔움찔하네요^^;

마침내 비행기 이륙시각이 되서 비행기에 올랐는데 실내가 정말 좁더군요.
예전에 봤던 것 보다 훨씬 작은 것 같았습니다.
아마 승객을 더 태우기 위해 좌석을 좀 빡빡하게 채운 듯 하더군요.



저희 좌석은 조종석 가까이 있었는데 조종석에 있는 여러 계기판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고도계, 속도계, 기압계, 수평계도 보였고, 그러고 보니 ILS 도 있었네요.
흠... 한 때 파일럿 되겠다고 엄청 열을 올렸었는데...
지금 봐도 완전히는 아니지만 계기판 장치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여튼, 하늘에 올라가서 보니 경비행기라 그런지 지금까지 탔던 비행기들 보다 낮은 고도로 나는 것 같더군요.



제주 항공을 타고 가도 저 정도로 날았던 같기도한데, 어쩐지 경비행기라 그런지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구름들이 어찌나 선명한지 뛰어내리면 탁 걸릴 것 같더군요.

잔지바 섬에 거의 다가오니 비행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섬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구름 위에 있을 땐 몰랐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비가 오더군요. 이런...

비가 온다고 비행기가 불안하고 그렇진 않았지만 갑자기 급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려가면서 창밖을 보는데 사진에 봤던 그 풍경은 어디가고 없고 우중충한 도시의 모습만 보였거든요.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나서 숙소로 갈 택시를 찾는데 정말 엄청 바가지를 씌우더군요. 거리도 얼마 안되는데 말이죠.
결국 흥정을 해서 처음보단 싸게 해서 가긴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봐도 엄청 바가지였네요.


아, 택시라고 말은 했지만 실은 봉고 같은 승합차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다른 승객을 기다려야 되나 했는데 다행히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저희 숙소는 항구 바로 근처에 있는 프린세스 살렘 여관(Princess Salme Inn)인데 스톤타운(Stone town)에서 가깝다고 하더군요.

거기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을 보는데 우울한 맘이 가시지 않더군요.
햇볕이 쨍하고 열대 지방 특유의 그런 느낌을 기대하고 왔는데 지나가는 풍경은 아주 우울했습니다.


게다가 막상 숙소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엄청 당황스러웠습니다.
항구 근처라 그런지 생선 비린내가 엄청 나는데다 숙소 입구가 비 때문에 웅덩이가 생겨 진흙탕 길이더군요.

로비에 들어가는데 엄청난 파리떼에 또 한번 당황했습니다.

그야말로 첫 인상이 아주 최악이었네요.

지금껏 다녀본 곳과 비교 불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방에 들어가니 좀 진정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일단 에어컨이 잘 동작하는데다 내부 장식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깨끗해서 괜찮더군요.


특히, 옥상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주변 풍경은 별로 볼게 없었지만 거기서 직접 자기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는 게 좋더군요.


지금이야 지금까지 다닌 숙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되었지만 첫 인상이 지금 봐도 정말 별로였네요.

음...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여관에 대해 좀 더 말씀 드리자면 일단 직원들이 무척 친절한데 특히, 거기 주인-이름을 들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남동생이 임마뉴엘이었는데...--;;; -은 정말 친절했습니다.

나중에 여관에서 나올 때 한국에서 가져온 조그만 핸드폰 고리를 하나 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시며 다른 직원한테 막 자랑 하시더군요.


그리고 거기 아침 식사가 정말 좋았습니다.
과일도 그렇고 튀김같은 요리도 그렇고 정말 맛있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만약 잔지바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 주고 싶더군요.
솔직히 잔지바에 있는 다른 숙박시설은 시설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아루샤에서 묵었던 호텔보다 나아보였습니다.
혹,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길...


여튼, 숙소에서 대충 짐정리를 해놓고 스톤타운으로 가기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도에 스톤타운이라고 따로 표시가 있는게 아니어서 지도만 봐서는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길에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물었는데 어디로 가면 된다고 하고나선 자기가 잘 아는 식당이 있는데 소개해 주겠다고 그러더군요.
그냥 괜찮다고 그러고 나왔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엉뚱한 길을 알려줬었네요.
지금 생각하니 그냥 식당에 데려갈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스톤타운은 숙소에서 천천히 걸어가도 대략 10분 정도면 가는데 그 사람이 알려준 길로 걸어서 거의 40분 넘게 걸렸죠. 참...


흠... 아루샤에서부터 소위 '삐끼'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짜증나게 만들었던 것 같네요.
직원도 아닌 사람이 친절을 베푸는 듯 도와주는 듯 하다가 결국은 수고비를 받으려고 하고 나중엔 사람들 호의가 호의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네요.


식당을 알려주겠다던 그 첫 사람은 스톤타운까지 걸어가기엔 좀 머니까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까지 했는데, 참 어이없죠.
걸어서 10분 거리를 반대로 가게 해서 택시 태울려하다니...


어찌 되었던 그 사람이 알려준 길로 한참을 걸어서 도착은 했습니다.
외국 관광객들로 북적일 걸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산하더군요.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비수기라서 사람이 정말 없는 건지...


여튼,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지 더더욱 호객꾼들이 난리였지 않았나 싶네요.
특히 이 날 스톤타운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어디 직원은 분명 아닌데 엄청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해서 나중엔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관광지에서의 호객행위야 당연한 거긴 하지만 거긴 좀 심하다 싶었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일단 사람은 그렇다치고 무시한채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건물들이 독특했습니다.
아프리카 다른 곳에서 본 것과 달리 대단히 이국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나 대부분의 건물들이 굉장히 오래 전에 지어졌는지 상당히 낡아보였습니다.
왜 스톤타운이라 불리는진 모르겠지만 건물만 보면 그냥 올드 타운이라 불러도 되겠다 싶더군요--;;



타운 안쪽보단 바닷가 쪽이 조그만 공원도 있고 더 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타운 규모가 별로 안되네 싶었는데 걷다 보니 은근 넓더군요.



저흰 골목골목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네요. 교회 건물이나 흰두 사원 등.
여기서도 어김없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왜 그리 헤매냐, 그냥 도와주겠다 하곤 나중에 콜라 값 정도 팁으로 달라는 사람도 있었네요.

하... 정말 여긴 사람 때문에 지치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와주겠다고 먼저 가까이 오는 사람들은 100% 다 호객꾼이거나 댓가를 요구했네요 ㅠㅠ
굉장히 씁쓸한 기억인 것 같습니다.

어째든 저흰 골목에서 나와 다시 바닷가에 있는 공원으로 왔습니다.
거기서 저녁에 나이트마켓이 열린다고 했기 때문이죠.

공원 근처에 앉아서 보니 과연 사람들이 나와 뭔가를 준비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말이 나이트마켓이지, 그냥 먹거리만 있었습니다.
잔지바 피자랑 여러종류의 꽂이구이 그리고 사탕수수를 짜서 만드는 음료, 이렇게 3종류가 주 메뉴였던 것 같네요. 그나마 가격이 저렴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 그렇지.
잔지바도 역시 물가가 엄청 비쌌습니다.
점심 때 식사가 별 거 없는건데 우리 돈으로 만원이 넘더군요.

그에 비하면 나이트마켓에 있는 것들은 대략 1500원, 2000원 선이니 엄청 싼 거라 할 수 있겠네요.



요리를 하는 사람들 중 몇은 요리사 복장인 분도 계셨는데, 옆에서 만드는 걸 보니 정말 엄청나더군요.

얼마나 능숙하게 칼질을 하시는지 칼질이 보이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마치 기계가 하는 것처럼 '탁탁탁탁탁 툭' 하며 칼질을 하더군요.

저희는 여기저기 계속 둘러보다가 그나마 현지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는 곳에서 주문을 했네요.


위 사진에 보이는 게 잔지바 피자인데 맛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자라고 하긴 그렇고 부침개랑 비슷하달까, 좀 달랐네요.

전 피자라 해서 빵 위에 좀 색다른 토핑을 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하여간 맛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꽂이구이는 사람들은 맛있다 하더만 제 입에는 별로 였네요.
좀 짠 듯도 하고... 느끼한 듯도 하고... 그랬습니다.


공원가 난간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주변에 고양이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뭐 하고있나 보니까 사람들 먹는데 앞에 앉아 있다가 흘리면 얼른 가서 주워 먹더군요.
혹은, 사람들이 주는 걸 받아 먹고 있기도 하구요. 이거 참...

그러고 보니 잔지바에서 개는 못 본 것 같네요.
그래서 고양이가 개처럼 행동하는 건가... --;;;


저희는 공원에 조금 앉아 있다가 시간은 막 늦진 않았지만,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맥주 한잔 하며 저녁을 보내고 잠 자리에 들었네요.


아!!! 잔지바는 굉장히 강함 무슬림 사회라 그런지 길에선 술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날도 몇 군데나 가봤는데, 다 허탕을 쳤었죠.
그나마 숙소에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지금 봐도 잔지바에서의 첫 날은 그닥 좋지 않았네요.
첫인상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랬는지.
그래서 원래 여기 올 때만 해도 잔지바에 있어보고 괜찮으면 예정보다 하루 더 있다가 바로 케냐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그럴 맘이 싹 사라졌었죠.

더구나 날씨가 흐린 탓에 괜히 더 우울해지는 것 같아 오히려 예정보다 일찍 나갈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음 날 갔던 스파이스 투어프리즌 아일랜드로의 관광이 너무 좋아서 예정일정을 꽉 채우고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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