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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상 이야기

기다림의 선물

JosephKimImage 2010. 8. 19. 15:37


위 사진은 브뤼헤에서 보트를 타고 가다 찍은 겁니다.
다리 난간에 앉아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제 눈에 들어온 거죠.
어쩐지 슬퍼 보이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그랬었네요.


무슨 이유가 있을까, 무슨 사연일까, 하며 괜히 혼자 궁금해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자꾸 손목의 시계를 들여다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 걸 알 수 있었네요.


결국, 배가 저기를 지나갈 즈음에 표정이 밝게 변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리 건너 편에서 한 남자가 뛰어오는 걸 볼 수 있었죠.


참 신기했네요.
저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어쩐지 외로워 보이고 슬퍼 보이던 그녀가,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이 확 밝아지네요.


그제서야 전 그녀가 외로워 보이거나 슬퍼 보였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설레었던 것 같네요.
왜 안 오나, 왜 이렇게 늦나, 이랬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마지막에 보인 그녀의 표정에선 그 기다림에 보상이라도 받은 듯 무척 기뻐 보였습니다. 오히려 기다림 때문에 더 기뻤는지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옛날에 시를 쓰다 이런 걸 ‘기다림의 선물’이라고 불렀었던 게 생각 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 오랜 시간 동안 이 기다림의 선물을 잊고 지낸 듯 하네요.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리 안달을 했는지…


이젠 기다림 뒤에 올 선물을 생각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지려 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시도해 볼 만한 듯 하네요. 
천천히 살기…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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