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거리축제, 노팅힐 카니발

매년 8월 마지막 주말, 런던의 노팅힐(Notting Hill)에서는 어마어마한 카니발을 볼 수 있습니다. 매년 1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이 카니발은 영국 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거리 축제죠.

이 행사는 캐리비안에서 온 이민자들에 의해 196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에 넘어와 그들이 받아온 인종주의 차별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경제적인 어려움을 드러내고자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이 후 다양한 계층의 소수자들이 참가하였다고 하네요.

이 행사가 시작되었을 당시엔 경찰들과의 마찰이 아주 심해서 매년 많은 수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이 행사를 하였고 결국은 영국 정부의 보호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카니발이 어쩐지 한이 서린 듯이 슬프거나 조금은 무겁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네요.

이 축제는 주말을 시작으로 이틀 동안 진행되는데 보통 시작은 어린이들에 의한 행사가, 그 다음날은 어른들에 의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였습니다.
행사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노팅힐 주변을 지나가는 모든 교통편은 경찰에 의해 통제되어 지하철의 경우는 하차는 가능하나 승차는 안되더군요.

거리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수많은 인파입니다. 그나마 오전은 걸어 다닐 만 한데, 오후는 그야말로 공기 반 사람 반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했네요.

카니발의 꽃은 당연 퍼레이드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화려하게 꾸미고 행진을 하는데 정말 멋졌네요. 아래에 몇 장 더 보여 드릴께요.

그러나 이 퍼레이드에서 볼 수 있는 건 그저 복장만이 아니었습니다.
음악에 맞춰 다양한 춤을 추는데, 대부분 꽤 야했네요. 마치 성행위를 표현하는 듯한 춤이 상당히 많아서 처음엔 조금 어랏! 했었죠.

여기에 온 사람들 중엔 가족단위도 많았는데, 저런 춤을 추고 있으니 괜히 이상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사람들 표정을 보니 다들 별로 놀라워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모두들 즐기는 듯했네요.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열정과 숨막힐 듯한 에너지가 느껴지더군요. 처음엔 행사 참가자들에 의한 축제 같다가 나중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축제로 거듭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와 구경꾼, 혹은 구경꾼끼리는 아무 이유도 없이 모두가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뛰어가는 친구도 있었고 길 가는 모르는 사람들과 사진 찍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심지어 임산부까지 행사에 참여한 걸 보니 정말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곳인 듯 하네요.

퍼레이드가 끝나면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쇼나 이벤트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퍼레이드가 끝나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는 것 같네요.
덕분에 나중에는 꼼짝달싹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버리죠.

차 위나 집 난간에서도 이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참 멋진 카니발이란 생각이 들었네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축제라니 말이죠.

그러나 행사가 좋게만 보인 건 아니었습니다.
온 길거리는 쓰레기통을 연상시킬 정도로 엉망이었고 가게들은 가격을 두세 배씩 뻥 튀겨 장사를 하고 있었죠. 그리고 곳곳에 술이나 음료를 몇 배나 비싸게 팔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반 가정집들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대가로 2파운드씩 받고 있기도 했죠.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하고,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제겐 그런 부분이 이 행사의 취지가 훼손되어 나타나는 것 같아 좀 씁쓸했네요.

하지만 사람들이 다 함께 하나가 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행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 행사인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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