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성취의 표정 본문
네팔의 인드라 자트라(Indra Jatra) 축제를 보러 갔습니다.
수많은 인파로 인해 일단 들어가면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비더군요.
다행히 전 조금 일찍 간 덕택에 지상보단 좀 높은, 괜찮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늦게 온 사람들은 위쪽엔 공간이 없어 그냥 길에 서서 보아야 했는데, 앞 쪽에 선 사람들을 제외하곤 제대로 보일 리 없었죠.
그나마 성인들은 까치발을 서서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여 가며 볼 수야 있었지만, 키 작은 아이들은 커다란 벽 뒤에서 소리만 들어야 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든 보려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도 해보고 주변에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려고도 해보고 나름의 노력을 하는 걸 알 수 있었죠.
그 아이들 중 한 명.
갑자기 제 앞에 있는 석상을 보더니 거길 기어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른들은 감히 올라갈 생각조차 않은 거길 아이는 ‘저거다!’ 싶었나 봐요.
석상 머리 위까지 올라가 거길 앉으며 내려다 보는 순간, 그 아이의 표정엔 흐뭇함이 느껴졌습니다.
무언가 성취한 표정이랄까요?
너무나 잠시 스쳐간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그 ‘느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아… 최근에 그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구나.
순간, 머리 속에 수많은 톱니바퀴 걸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 듯 혼란스러워 지더군요.
난 뭐하고 지냈나, 이런 생각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단 생각이 들었네요.
나름 바쁘게 지낸다 생각했는데, 원자의 움직임처럼 특정한 목적 없이 바삐 움직이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는 기분이 뿌듯했거나 뭔가 했구나 싶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네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앞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조금 더 뒤를 보고 일을 해야겠단 생각을 한 거죠.
시간이 좀더 지난 뒤 자신을 돌아봤을 때, ‘아하, 내가 이런 걸 했구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네팔, 카트만두의 더르바 광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