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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네팔

에베레스트 트레킹 여덟 번째 이야기

JosephKimImage 2011. 1. 14. 10:42


텡보체 마을 출구 쪽에 베이커리가 있는데 점심 식사겸 차를 마시러 가보았습니다. 베이커리라고 해도 빵 종류는 별로 없고 따뜻하지도 않습니다만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 사람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았습니다.



베이커리 입구…
문은 따로 안 보이고 저렇게 천을 내려놨는데, 아무리 낮이지만 여기 기온이 높지 않은 걸 감안하면 네팔 사람들은 추위를 덜 타는구나 싶었습니다^^;;

실내는 일반 롯지들과 별반 다를 건 없어 저희는 빵과 차를 사서 밖으로 나갔죠. 비록 기온이 높지 않지만 햇살이 따뜻하니 야외도 머물만 하더군요.



도넛 두 개와 레몬티 두 잔.
시원한 주변 풍경을 보면서 먹는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사실, 차나 도넛 맛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주변 풍경이 맛을 살렸죠^^

여담이지만 에베레스트 트레킹 하는 동안 고소증세를 막기 위해 레몬티를 엄청 마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 신 음식을 거의 못 먹었거든요. 조금이라도 신 걸 먹으면 눈물을 찔끔거리며 힘들어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여기 왔을 때, 정말 울며 겨자 먹기라고 울면서 레몬티를 마셨죠. 아주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안마시다 고소증세 오면 어쩔거냐는 아내의 반협박에 못이겨 마시긴 했지만 아직도 그 신맛에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말에요, 재미있게도 이게 억지로 먹다보니 나중에 익숙해지더군요. 아니 나중에 신 음식이 생각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 평생 이런 경험 처음이었죠.
제가 신 음식을 찾다니, 과거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데, 에베레스트가 제 입맛을 바꾸어버렸나 봅니다^^



여튼, 베이커리 앞에 앉아 차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는 그 잠시, 갑자기 하늘에 구름으로 가득 메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 어, 뭐야?? 하는 순간 금새 사방이 어두워지더군요.
뭐, 이건 완전 영국 날씨잖아! 했네요.



구름이 끼니 주변 풍경이 또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카메라 들고 주변을 빙 둘러봤죠. 숙소 뒤편으로 이어진 조그만 길을 따라 가다 보니 뜻밖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묘비들이 있더군요.
쓰여진 글들을 읽어보니 에베레스트에 왔다가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몇몇을 둘러보다보니 현지인 외에도 외국인 묘비도 보이더군요. 아니, 묘비가 아니라 추모비라는 게 더 맞겠군요.



저희가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니 이거 완전히 반지의 제왕이네요;;
산이 구름을 뚫고 치솟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희가 지나온 길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렇게 두텁게 보이던 구름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으로 치면 1시간도 안 되는 동안에 하늘이 아주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거죠.



오후 햇살에 비친 설산의 모습.
구름 걷히면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얼마나 멋지던지 저 순간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TV의 다큐멘터리 특집 같은 걸 보는 듯 했네요.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변경관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과연 저 위쪽은 어떨지 점점 더 궁금해지고 한편으론 이제 슬슬 고소증세가 올지도 모르는데, 과연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걱정도 되고 그랬네요.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팅은 좀 길지도 모르겠네요. 왜냐하면 정말 먼 길을 걸었거든요.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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