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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amily Story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일곱 번째 이야기 본문
전 날의 포터와의 일로 기분이 상당히 저조한 아침, 날씨도 썩 좋지 않더군요.
여느 때 같았으면 아침이면 안개가 걷히고 파란 하늘을 드러냈을 텐데, 이 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끝이다 싶어 참고 걸었죠.
게다가 곧 보기 싫은 저 포터와도 굿바이 한다는 생각에 묵묵히 걸었죠.
그리고 안개가 짙어 봐야 그것도 잠시겠지 했습니다.
앞으로 5시간 정도만 걸어가면 끝이다. 오로지 그 생각으로 걸었습니다.
포터는 계속해서 한 마디도 안 하고-하긴, 원래 말이 없었습니다만- 혼자 앞서 갔다가 다른 포터 만나면 얘기하며 쉬다가 또 혼자 앞서 가고 그랬죠.
보면 볼수록 화가 나게 하더군요.
점심 때가 지나자 안개는 걷혔는데 순간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죠.
지금껏 내려가는 내내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 한참 성수기임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나마 보이던 사람들도 팍딩을 지나고 나선 한 명도 보이지 않더군요. 그제서야 루끌라에 뭔가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게 되었네요.
루끌라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을 알아봤더니, 전 날부터 날씨가 안 좋아져서 비행기가 못 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날도 딱 1대가 들어왔다는데 난감했죠.
꼴 보기 싫었던 포터는 얼른 잔금을 쥐어주고 보내 버리고 숙소에 짐을 풀고 상황을 살펴보는데, 분위기가 썩 좋지 않더군요.
여느 때 같으면 트레킹 끝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시끄럽게 웃고 떠들고 있을 터인데, 이건 뭐 완전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저희도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냥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죠.
당장은 고민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직 다음 날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지 없을 지 알 수 없으니까 그냥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아, 원래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탑승일 전 날에 탑승 리스트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보통은 트레킹 출발하기 전에 루끌라에서 묵게 될 숙소 직원에게 표를 맡겨 놓고 대신 처리를 하게 합니다. 그리고 만약 예정 일정과 다르게 내려오게 되는 경우엔 루끌라 오기 전 날에 숙소로 전화하면 그 날짜에 맞춰 알아서 처리해 주죠.
그리고 그 확인 결과를 비행기 출발 전 날 저녁에 알려주는데, 저희의 경우는 다음 날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죠. 왜냐하면 전 날 비행기가 거의 뜨지 못해서 대기열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우울해지는 순간이었네요.
그러나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다음 날을 기다려보기로 했죠.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그 답답했던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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