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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amily Story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여덟 번째 이야기 본문
다음 날 아침 밖에 나가니 구름이 조금 끼어 있더군요.
하늘 한 쪽 구석에 파란 하늘이 보이긴 했지만 활주로 쪽은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비행기가 뜰 수 있겠구나 했죠.
그러나 조금 뒤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지더군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이 조금씩 사라질 듯 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안개로 뒤덮여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죠.
이로써 오늘 하루도 비행기는 못 오게 된 상황이 와버린 거였습니다.
정말, 너무나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보고 있는 저 자신이 당황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갑자기 변할 수가 있는 건지...
이 후 저런 현상은 일주일째 지속되더군요.
이른 아침에 잠시 괜찮아 보이다가 금새 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한치 앞도 안보이게 되었죠.
더구나 하루하루 비행기가 한 대도 뜨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저희에겐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죠.
저희가 비행기 표를 살 때 여행사에서 오픈티켓OPEN TICKET을 권해 그 걸로 했는데, 알고 보니 이 오픈이켓이란 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답이 안 나오더군요.
오픈티켓이란 비행기 타는 날짜를 미리 정하지 않고 나중에 희망 날짜에 탑승 신청을 하고 해당 비행기에 공석이 있으면 탈 수 있는 표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표 소지자의 경우 탑승 우선 순위에 있어 최하위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결항이 되면 다음 비행기 편에서 좌석을 잡기가 굉장히 힘들죠.
한 비행기당 공석이 생겨봐야 한 두 좌석인데, 비행기 결항으로 인해 대기하는 사람이 몇 백 명에 이르니 단순 계산 상으로는 답이 나오질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더욱 짜증나는 걸 보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헬리콥터였죠.
무슨 말인가 하면 비행기가 뜨지 못하니 구조용 헬기로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그런데 그 비용이 1인당 500달러. 그나마 이것도 초반에 그랬고 나중에는 900달러까지 치솟았는데 그마저도 못 구해서 난리더군요.
더 웃긴 건 처음엔 구조용 헬기만 보이던 게 시간이 지나자 군용 헬기까지 돈벌이에 투입되더군요. 정말 기가 막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저희처럼 헬기를 타지 못하는, 혹은 않는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항에서 기다려보지만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자 여행객들도 함께 돌아가는 포터들도 모두 지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행기가 오지 않아 발을 동동거리는 것은 돌아가려는 사람들 말고도 일거리를 잡지 못한 포터들도 마찬가지였죠. 한참 성수기에 반짝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렇게 비행기가 오지 않으면 그만큼 일을 할 수 없으니 당연한 거겠죠.
그리고 혼란이 가중될 수록 규칙이란 게 사라지는 듯, 가끔 한 대씩 들어오는 비행기를 타려고 탑승 수속을 하는데 새치기가 난무하고 현지인을 낀 여행객들이 우선적으로 등록되는 등 별의 별 꼴을 다 봤네요.
아무리 미리 줄을 서서 기다려도 현지인이 직원에게 인사하며 슬그머니 밀고 들어와 넣어버리니 끝이더군요.
더구나 더 화가 나는 건 항공사 직원들의 태도였습니다.
모두들 헬리콥터 사업(?)에 혈안이 되어 비행기 탑승자들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데 에베레스트에 대한 정이 뚝뚝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나마 저희가 막연히 기대했던 건, 수많은 사람들이 헬리콥터로 돌아가서 저희가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올라간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그 것도 1주일째 있어보니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엔 아내와 전 지리JIRI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루끌라에서 지리까지 1주일. 게다가 ‘스님들의 수행 코스’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길이라는 게 저희 결정을 힘들게 했지만 돈이 떨어지니 더 이상 고민하고 있을 수도 없었던 거죠.
그리고 비행기표는 카트만두로 돌아가서 여행사에 가면 100% 환불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거기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었습니다.
남체에서 포터가 짜증나게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는데, 그 때 이후로 줄기차게 기분 상하는 일이 생겼네요. 에베레스트를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게 된 것도 이 때였습니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여기 날씨가 좋지 않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그저 날씨가 안 좋으면 헬기나 띄워 돈이나 벌려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나 불쾌했네요.
더구나 군부대를 동원해 이런 사태를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되려 그 걸로 돈벌이를 하다니... 정말 어이없죠. 2011년이 ‘네팔의 관광의 해’라고 열심히 떠들던데, 이 따위로 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날이 올 것 같네요.
흠... 다음 포스팅에서는 지리로 가는 저희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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