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J Family Story
편견 없는 풍경사진 본문
위 사진은 작년에 아프리카에 갔을 때 찍은 조그만 골목입니다.
오래된 듯 벽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져 있고,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금이 가 있었습니다. 길 바닥도 어쩐지 지저분해 보이고 여기저기 쓰레기도 보였죠.
그냥 보고 있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 곳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여긴 꽤 유명한 관광지에 위치한 마을의 한 골목입니다. 물론 골목 깊숙하게 들어와서 발견한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길 보고 있으면 관광지에 와 있단 생각이 들지 않죠.
다음 사진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투어 중에 들렀던 곳의 사진입니다.
외관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폐허로, 그나마 남아 있는 문들이 거기에 건물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곳곳이 무너지고 휑한 벽만이 남아 있긴 하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여전히 꽤 그럴듯한 성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사진에 보이는 모습이 제가 흥미롭게 들여다 본 장면인데, 문을 닫아 놓으라는 안내 표지판만 없었더라면 관광지인지 모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왁자지껄 소란스런 풍경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죠.
이렇게 두 사진을 보면서 갑자기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습니다.
그건 바로 두 사진의 장면을 바라본 제 시선인데요, 전 첫 번째 사진의 장소에서 느낀 건 사람이 살지 않는 곳 같단 생각을 했었지만 실제론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었고, 두 번째 사진은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였음에도 거기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한 거죠.
각각의 사진만 봤을 땐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이렇게 같이 두고 보니 갑자기 뭔가 ‘어...’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선입관에 빠져 있었던 것 같더군요.
지금까지 풍경 사진을 찍어 오면서 가능한 편견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아오려고 노력했다 생각했는데, 저 두 사진을 보는 순간, 그러지 못했단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는 지저분한 거리의 모습에 휑한 건물 표면에 사람이 살지 않겠지 하고 폐허의 느낌으로 사진을 찍었고, 두 번째 사진은 비록 폐허긴 해도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고 분위기가 좋아 사람이 살아도 되겠다(?) 싶은 생각에 저렇게 찍었던 겁니다.
어쩌면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네요. 사람들의 흔적이 묻은 곳을 찍을 때는 최대한 객관적인, 중립적 시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제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상업 사진용으로든 개인적 감상을 담은 사진이든 좀 더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네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