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J Family Story

사진가의 시선 본문

사진 & 영상 이야기

사진가의 시선

JosephKimImage 2013. 6. 19. 09:14

위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캐나다에 있는 한 학교 학급 사진인데요, 뭔가 눈에 띄지 않습니까?

어느 날 한 소년의 엄마가 이 사진을 받고 한참을 말도 못하고 슬퍼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오른편에 있는 아이가 바로 그 엄마의 아들이거든요. 이 아이는 생후 13개월부터 유전성 질병으로 인해 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이 사진은 그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거죠. 학급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휠체어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저렇게 찍었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핑계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그 부모는 학교에 사진을 다시 찍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사진에 대한 기사 내용(theStar.com에서 기사 보기)은 여기까지인데요,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제 생각엔 여기서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는 학교도 선생님도 아닌 사진가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당시에 무슨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시간이 촉박해서라던지 담당 선생님이 그냥 저렇게 찍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던지 등등. 그러나 제 생각에는 말이죠 그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진가는 저렇게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급 사진이란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생각할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학창 시절 추억이 담긴 소중한 사진일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급 사진은 촌스럽고 어색하다 한들 아름답게 보여야 마땅할 텐데, 이 사진은 그 어떤 식으로 봐도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외따로 떨어진 장애를 가진 아이. 그 옆에는 같은 반 학우 한 명 없고, 심지어 선생님은 아이의 반대편에 서 있죠.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마치 저 아이를 나중에 사진에서 잘라내려고 의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어떻게 저런 식으로 촬영할 생각을 했는지 지금 봐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사진가는 촬영에 앞서 저 장면을 봤을 때, '당연히'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고 저 소년의 위치를 옮겨줄 것을 요구하거나 다른 아이들의 배치를 변경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저 학급사진은 예쁜 추억을 간직한 아름다운 사진이 되었겠죠. 하지만 사진가의 태만이든 과실이든 간에 저 사진은 누군가의 가슴에 못을 박는 무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설사 당시에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 배치가 엄청나게 잘못된 것임을 적어도 사진가는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게 사진가의 능력이자 역할이라 생각하거든요.

저 역시 단체 사진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는 걸 압니다. 특히 시간에 쫓겨 찍다보면 간혹 못 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최대한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나오도록 노력하죠. 경우에 따라서는 후보정을 해서라도 모든 사람이 제대로 나오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그게 사진가로서의 임무라고 믿기 때문이죠.

설사 찍히는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진가는 늘 그 대상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잘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제 믿음인데, 위 사진을 보는 순간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충격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을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저 사진을 본 부모도 그렇지만 저 아이는 또 어땠을까. 불편한 몸으로 최대한 학우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몸을 기울인 아이의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아직 저 부모의 요청이 학교측으로부터 받아들여졌는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아이를 가진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 알 테니까요. 게다가 캐나다 하면 그래도 명색이 선진국인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안 벌어지겠죠. 행여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면 개인적으로라도 그 학교에 항의 메일을 보낼 생각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니까요.

저 역시 사진을 주업으로 살다 보면 저런 사진을 찍을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야 저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제 사진에 대해 떳떳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음... 저 사진 덕분(?)에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다짐하는 기회를 가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음 좋겠네요.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