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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독일

베를린 3박4일 세째날

JosephKimImage 2010. 2. 21. 04:20
세째날, 이 날 저희의 첫 목적지는 포츠담-포츠담플라츠가 아닙니다!- 에 있는 상수시 궁전(Schloss Sanssouci)이었습니다.

우선 아침 일찍 전철을 타러 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듯이 외부와 전철 타는 곳 사이에 아무런 장치가 없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지키고 서서 보는 사람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있는 거라곤 조그만 매표기 하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그만 박스만 덩그러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허술한데 표를 사는 사람이 있을까???
...
헉...
제 인격이 드러났... --;;


여튼 우리는 포츠담으로 가기 위해 하루짜리 티켓(1-day ticket)을 사고 전철을 탔습니다.


*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음*



아, 여기 와서 느낀 거지만 독일 사람들은 참 책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을 타니 정말 신기하게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들 손에 책 또는 읽을꺼리가 들려져 있더군요.

우리나라라면 아마 아이팟이나 PSP, 닌텐도 같은 걸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 날텐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예전에 일본이 이랬댔죠.
아직도 기억나는게 학교 선생님이 일본을 다녀와서 하는 소리가 일본이 세계강국이 된 건 다 일본인들의 높은 독서열 덕분이라고 했었죠. 그러면서 덛붙이시길 독서 좀 하고 살아라 했는데... ^^;;

지금은 우리나라랑 다를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Zoologischer Garten역-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할지...-으로 갔다가 다시 전철을 갈아 타는데, 느낌이 전철이 아니라 기차 같더군요.

그리고 포츠담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역무원이 표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보여주니까 조그만 기계에다 표를 넣었다 빼면서 독어로 뭐라 그랬는데, 저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네요.

나중에 보니 표를 발리데이트를 미리 하지 않았다고 뭐라 한 것 같았습니다.


가는길에 창밖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독일은 어딜가도 그래피티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말 빈벽 보기가 바닷가에서 동전 찾기 같더군요. 심지어 공공시설 같은 데도 다 그래피티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독일 사람들은 그래피티를 정말 사랑하나보다' 였습니다^^

한 20여분을 갔나? 전철에서 내리니 보이는 거라곤 눈 덮인 나무와 도로 뿐이었습니다.

아! 깜박했는데, 저희가 탔던 기차 형태가 참 특이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객실이 2층 구조로 되어있는데, 2층이라고 해도 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1층이 마치 반지하 같이 푹 꺼져있고 2층은 약간 높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여튼, 이런 전철은 처음 보는거라 참 신기했습니다.
흠...
우리나라도 이런 전철을 도입하면 좋지 않을까요?
출퇴근 시간에 넘쳐나는 사람들 더 많이 태울 수 있을텐데 말이죠.

다시 돌아와서...
역 밖에 나와 역사를 보니, 안에서 느꼈던 것 보다 훨씬 컸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하며 의아해 하다가 나중에야 내리는 곳과 타는 곳이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리는 곳은 정말 허접하게 만들어 놨는데, 타는 곳은 꽤 그럴 듯 해 보였네요.

근처에 대학교가 있는지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저흰 한푼이라도 아껴야지 하며 그냥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저희가 산 티켓으로로 버스를 탈 수 있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계속 걸어다녔다니... --;;


어째든 버스정류장을 지나 10분 정도 걸어가니 멀리 궁전 비슷한 게 보였습니다.

저흰 이게 상수시 궁전인 줄 알고 약간 실망한채 주변을 둘러봤는데, 나중에 안내도를 보니 신 궁전(Neues Palais)이었습니다.
소문과 달리 너무 담담해서 좀 많이 실망을 했었거든요. 물론 겨울이라 특히 더 그런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뭔가 너무 썰렁했었다는...

아래는 안내도 사진.
왼편에 빨간색이 신 궁전, 제일 오른편에 모자(?)모양의 빨간색이 상수시 궁전입니다.

*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음*



신 궁전 주변을 돌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신궁전 뒷편에 있는 길을 따라-위 사진 중 아래에서 오른편 사진- 걸어가면 15분 정도면 상수시 궁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단 가까웠는데 눈길이라 시간이 좀 더 걸린 것 같습니다.

상수시 궁전에 도착하고 보니, 독특하더군요. 그러나 사진으로 본 것과는 너무나 달라서 막 도착했을 때 긴가민가 했습니다. 나중에 건물 모양 보고 알았지만.
사실, 겨울의 상수시 궁전은 기대 이하였던 것 같습니다. 나름의 운치도 있었지만, 왠지 황량하달까...



약간 허무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신 궁전 보단 괜찮았으니 다행이다 싶었네요.
저흰 왔던 길을 되돌아 갈까 했다가 다른 길로 가보고 싶어 호수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출구까지 은근 걸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출구에 이르니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밖에서 보니 여기가 관광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썰렁했거든요.



길을 따라 큰 도로가 있는 곳에 나오니 멀리 대문 비스무리한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보니 무슨 교회로 가는 길이었는데 오히려 여기가 더 관광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도 많고 길가에 가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으니.

저흰 거기서 관광안내소(?) 같은 델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 직원에게 전철역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걸어서 가기엔 멀고 버스를 타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산 티켓으로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것도 여기 직원이었네요.


교회를 들렀다 갈까 생각했다가 맘을 바꿔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에서 본 것과 비슷해보였고 시간이 좀 애매했거든요.


버스를 기다리다가 트램이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었는데, 갑자기 굉장히 신기한 걸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긴 여기 와서 트램은 처음 봤으니 당연한 건가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버스를 탔는데, 버스 내부는 영국꺼랑 많이 달랐습니다.
운전석 옆에는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출입구 같은 게 있었는데 막혀 있지 않아서 그냥 지나가면 되더군요.
그리고 만약 티켓을 발리데이트 하지 않았으면 위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기계에 티켓을 넣으면 됩니다. 그럼 찌-익 소리와 함께 날짜와 시간이 티켓에 찍히더군요.


그런데 약간 당혹스러운 게, 정차역 안내가 독어로만 나오더군요.
적어도 안내판이라도 있음 좋았을텐데 그런 건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어찌어찌 해서 제대로 목적지에서 내릴 수는 있었네요.


전철을 타기 전에 화장실을 가야지 싶어서 갔는데 역시 유료더군요. 화장실 안에 저렇게 테이블이 있고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내참... 공공화장실 이용하는데 0.3유로나 내야 되다니!!!

하긴, 베를린의 어느 지하철역 화장실은 1유로나 받더군요. 무슨 화장실 물에다 금가루를 뿌려놨는지... --;;

전철을 타고 베를린에 돌아와서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카이저 빌헬름 성당(Kaiser Wilhelm Gedachniskirche).
2차 대전때 폭격으로 건물 일부가 파괴되었는데, 지금은 그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성당 규모가... ㅎㄷㄷㄷ
내부는 굳이 보고 싶지 않아서-사실은 배가 너무 고파서^^;;- 외관만 보고 근처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여행책자는 믿을 게 못되는 듯... 해당주소로 갔는데 거기엔 전혀 생뚱맞은 가게만 있었습니다.

결국 지하철역으로 돌아와 역사 내부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소세지와 피자를 사먹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고팠던지라 정말 맛있게 잘먹었던 것 같네요.

배도 채웠겠다 다시 힘을 내서 전승 기념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아... 안내책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전철역에서 내려서 찾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길 어디에도 표지판 비슷한 건 보이지도 않고 가게에 들어가 물어보니 어디로 가라고 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

결국!
근처 하천에 있는 다리에서 포기하고 예술가의 공간이라는 타헬레스(Tacheles)로 목적지를 바꿨습니다.

Oranienburger Tor 역에서 내려서 가는데, 의외로 많이 걸었던 것 같습니다.
길가에 따로 표지판이 있진 않았지만 건물을 보니 딱!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네요.






건물 뒷편으로 여러 가건물이 있고 그 안팍으로 여러 전시물이 놓여있었는데, 재밌더군요.

다시 도로변으로 나와 조금 더 걸어가니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도 어두컴컴하고 심지어 음산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갑자기 스킨헤드가 나타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더군요. 이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안에서 본 사람들이 왠지 거칠게까지 보였습니다^^;;; 저도 참,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었다니...

작품들은 당연히 사진촬영이 금지된 줄 알고 안찍었는데 지나고 보니 왠지 아쉽더군요. 한두장 허락이라도 받아서 찍어올 걸 그랬습니다.

왜냐면 거기서 본 작품들 중에 굉장히 인상 깊은 것들이 많았거든요. 그 느낌이며 형태며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날 다닌 곳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데가 바로 여기 타헬레스였습니다.

지금도 베를린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주저않고 여기를 꼽을 정도네요.

이는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 다른 분들은 어떨진 모르겠지만, 만약 누가 베를린 간다면 여기는 꼭 가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여기를 나와 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근처(?)에 있는 독일식 펍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데, 펍투어를 할 때 출발지로 자주 거론된다는 역으로 갔죠.

거기 갈 때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펍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갔는데, 왠걸 역에서 나오니 황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아니 '황량하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고 펍 다운 펍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저희가 못찾아서 그런거겠죠?
여튼, 할 수 없이 역 바로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독일식 안주를 먹어보자 해서 안주로 소세지랑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맛은 괜찮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점심때 먹은 소세지가 더 맛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 땐, 배 고플 때 먹어서 그런가...

마지막 목적지는 유명한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곳으로 유명한 콰지모도 클럽(Quasimodo club)이었는데, 공연시간까지 버티다 갈까 했다가 위치를 모르니 조금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안내책자에 나온대로 Oranienburger Strasse 역으로 갔죠.
그리고 한참을, 정말 한참을 걸었습니다.
막상 그 클럽에서 나올 때 보니 바로 근처에 Friedrichstrasse 역이 보이더군요.
정말... 참...



내부는 매우 넓었는데, 처음엔 사람도 없고 썰렁하다가 약간 시간이 지나니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더군요.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괜찮았는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공연을 할 만한 공간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직원에게 공연을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니 지하에 따로 공연장이 있다고 그러더군요.
아~ 하고 넘어갔는데, 공연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아무런 안내가 없어 다시 물어봐야 했습니다.
공연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되냐고.

그제서야 저흰, 클럽은 클럽대로 공연은 공연대로 따로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헤휴...
사실, 저흰 흔히 보던 라이브바 같은 덴줄로 알고 먹으면서 공연을 보고 그런 건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공연은 공연대로 따로 티켓을 사서 봐야 하더군요.

아~~~ 나 참...
뭐 사먹는다고 티켓값이 할인되는 것도 아니었고, 공연 티켓값도 싸지도 않았고, 정말 허탈하다 못해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도대체 뭘 위해 쓸데없이 비싼 돈 내고 기다린 건지...

이 날의 마지막을 우울하게 장식하는 순간이었네요.
휴...

의욕을 상실한 채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가는데-사실, 가게에서 나와 바로 근처에 다른 전철역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더 기분이 상했죠--;;; - 참 기분이 뭐 같았습니다.

숙소에 거의 다왔을 때, 갑자기 북한 대사관 앞에 있는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정일이 방문했을 때 사진인지 모르겠지만 몇몇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게 이렇게 버젓이 길거리에 나와 있다니...

이것도 경험이다 싶었네요.

이제 다음 날이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니, 사실상 마지막날 여행인데 그 마지막을 찝찝한 기분으로 호텔로 갔더니 기분이 상당히 거시기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하다보면 이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으니까...

마음을 가다듬고 잠자리에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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