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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스팅스(Hastings)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영국

헤이스팅스(Hastings)

JosephKimImage 2010. 4. 5. 00:26
오랜만에 플랫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장소는 헤이스팅스.
이스트 서섹스(East Sussex)에 있는 곳으로 브라이튼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랍니다.
그러나 특별히 유명한 전시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집에서 가깝고 나들이에 좋을 것 같다 해서 가게되었죠.



아침에 하늘을 보니 날씨가 흐려서 좀 그랬지만, 저번처럼 또 날씨가 급변하겠지 싶어 별로 실망스럽진 않더군요.

헤이스팅스 기차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역사가 정말 작았습니다. 시골에 있는 조그만 간이역까진 아니지만 귀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차역이 이렇게 작은 걸 보니, 정말 작은 마을인가보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무도 여기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지 않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원체 작은 마을이다 해서 대충 걸어다니며 돌아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막상 주변을 둘러보니 그렇게 '작은' 마을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뒤늦게 '아차' 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그냥 일단 표지판이 보이는대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도로가에 나오자마자 헤이스팅스 박물관(Hastings Museum)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첫 목적지로 박물관을 가게되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표지판이 그닥 친절하지가 않아서 좀 헤매다 물어물어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도착하고도 긴가민가 했는데, 그게 건물이 참... 아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들어가면서도 잘못 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밖에서 들여다 본 입구가 그냥 사무실 같았거든요.
그러나 막상 들어가서 전시물이 있는 곳으로 가니 박물관이 분명했습니다^^;;;

전시물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그렇게 느꼈는진 모르겠지만, 오밀조밀하게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더군요.


출구로 나오다 거기 직원에게 헤이스팅스에서 가볼 만한 관광지 소개를 부탁하자 친절하게 지도에다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덕분에 지도도 챙기고 예상 이동 경로도 뚝딱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린 해안길을 따라 가다 옛 헤이스팅스 성터로 가기로 했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다행히 날씨가 좋아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영국의 날씨는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여하간, 해안가로 나오니 무슨 일인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기차역 근처 도로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다들 여기에 모여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마라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과 길 옆에 서서 응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길 가에 서서 박수치며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니 참 신기했습니다.
선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 계속 박수치며 응원하다니...
잠시야 그럴 수 있겠지만, 제가 본 바로는 같은 자리에 서서 계속 박수치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어째든 보기가 좋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가? 기억이 안나네요.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멀리 언덕 위에 성 비슷한게 보였습니다.
기대한 것과 달리 무척 작아보였습니다.
게다가 형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저기가 성이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입구에 도착하니 매표소가 있었습니다.
이런... 순간 고민이 되더군요.
입장료는 3파운드 좀 넘었는데,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만약 아내랑 저만 왔다면 꽤 고민했을테지만 다행히도(?) 플랫친구들이 주저않고 표를 사는 바람에 저희도 그냥 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냥 풀밭에 무너지다 만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하... 이럴 것 같았지만, 좀 그렇네...

솔직히 좀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주 나쁘진 않았습니다.
주변 경관이 볼 만 했거든요.


아, 한 건물 안에서 여기 관련한 역사적 배경 소개 영화를 상영해서 가봤는데, 유치한 특수효과하며... 제법 웃겼습니다. ^^;;;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다가 번화가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배도 채워야겠고, 다른 박물관도 근처에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라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가자해서 뒷편으로 이어진 길로 걸어갔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길이 참 예뻤습니다.
마치 옛날 동화책에서 봤던 것 같은 동네 풍경을 보는 듯 했습니다.

양 옆으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어서 마음도 푸른 색으로 물들 것만 같았습니다.
만약 이 길로 안 왔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네요.


먼저 밥을 먹을까 했다가 옛 지역 역사 박물관(Old Town Hall museum)을 보고 나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듣기론 매우 조그만 곳이라 금방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 작긴 하더군요. 다 둘러 보는데 20분도 채 안된 것 같았습니다.
여하간, 여기서 나와 바로 식사를 하러 갔는데, 여기도 해안가라 그런지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관광지 치곤 식당이 별로 없어서 몇군데 둘러보다 가장 저렴한 곳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날 처음으로 피시 앤 칩스를 먹어봤네요.
그 맛이... 음... 전 괜찮았습니다만, 그렇다고 막 추천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만약 생선을 좋아한다면야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로 안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식사를 마치고 스머글러 어드벤쳐(Smugglers Adventure)로 갔습니다.
아침에 박물관에 계시던 아저씨도 여기 가보라 그러고 다른 박물관의 아저씨도 여기 한번 가보라 그래서 도대체 뭐길래 그럴까 하고 갔습니다.
그 사람들 얘기로는 무서운 귀신의 집 같은 곳 같더군요.


가는 길에, 신기한 분장을 한 사람들 무리를 보았습니다. 그 중 한분이 귀엽게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여하간, 지금 생각해도 뭐하시는 분들인지 모르겠네요. 뭐라 했는데, 도통 기억이... ㅠㅠ

스머글러즈...
입구부터 뭔가 허접한게 불안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동굴이더군요.

입장료가 학생할인 받아서 6.2 파운드였던 것 같습니다.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지 시야가 정말 안 좋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조금씩 보이더군요.

우린 걸어가면서도 계속 긴장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긴 귀신의 집 따위의 공포 체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었습니다. --;;
다들 왜 그렇게 겁을 줬는지...
참... 허무했던 것 같습니다.


나오면서 다들 한소리씩 하더군요.
이게 뭐야... --;;
솔직히 별로였던 게 맞았습니다.

만약 이런 줄 알았다면 안 갔을텐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네요.
뭐, 경험이죠.

그냥 기분 좋게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여튼, 밖으로 나와서 마지막으로 어부들의 박물관(Fishermens museum)으로 향했습니다.

해안가 근처 집 모양들이 희한하더군요.
무슨 창고처럼 생겨가지고 길쭉하게 높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무척 약해보이는게 안에서 살기가 불안할 것 같았습니다.

도중에 신기한 것도 보이더군요.
가파른 언덕길에 트램이 있고 그 꼭대기에는 성 같이 생긴 건물이 있었습니다.

뭐하는 곳인진 모르겠지만 신기하더군요.

트램 고장나면 건물에 완전 갇혀 버릴텐데, 으... 생각만 해도 짜증날 것 같았습니다.

설마 개인 주택은 아니겠죠? ^^;;

마지막으로 간 박물관은 정말 작더군요.
이날 갔던 박물관 중 가장 작은 규모의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헤이스팅스에 있는 박물관들은 죄다 귀엽네요 ^^;;
좋게 얘기하면 아기자기 하달까요?

뭐, 썩 나쁘진 않군요. 가볍게 나들이 와서 둘러보기엔 오히려 좋은 것 같습니다.

대영 박물관 같은 곳은 결코 그렇게 못 보잖아요.
그런 곳은 날 잡고 와서 봐야지 볼 수 있지.

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쇼핑센터 옆을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보니 우리가 지나갔던 곳이 Priory Meadow Shopping Centre 라네요.

그 옆 광장에, 누군지 자세히 보진 않았는데, 저렇게 동상이 있었습니다.

어쩐지 생뚱 맞은 듯한 느낌이 들데요.
텅빈 광장 한가운데, 크리켓 선수 동상이라니.
...
뭐, 이유가 있겠죠 ^^;;

여하간, 이후 기차 타고 집으로 돌아감으로써 우리 당일치기 나들이는 끝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날 엄청 많이 걸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가 그 다음날 걷는데 고생 좀 했죠 ^^;;
하지만 잘 다녀온 것 같아 좋았습니다. 날씨도 오후엔 화창하게 변해서 더 좋았네요.
만약 이스트 서섹스에 있다면 한번쯤 가볼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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