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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루이스 (Lewes) 본문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영국

영국, 루이스 (Lewes)

JosephKimImage 2010. 6. 6. 08:10
루이스는 예전에 본파이어(2009/11/15 -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영국] - 2009 Lewes Bonfire) 때 갔던 곳인데, 그 땐 어두워서 사실 도시 모습을 제대로 못봤었죠. 그래서 나중에 낮에 한번 가야지 했는데 이제야 가봤네요. 사실, 루이스는 관광지라 하기엔 특별한게 없죠. 원래가 베드타운(Bed town) 성격의 마을이다 보니 딱히 볼 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거라곤 루이스 성(Lewes castle) 정도겠네요.
그래도 마을 전체적으로 아기자기 예뻐서 가볍게 갈 만한 것 같더군요.
여튼, 지금부터 루이스 당일치기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루이스는 브라이튼에서는 꽤 가까워서 브라이튼 기차역에서 출발하면 버스로 1시간 이내에 도착 가능합니다. 기차로 가면 20분도 안걸릴겁니다. 버스도 만약 갈아타는 시간을 뺀다면 정작 이동시간은 40분도 안될 것 같네요.
더구나 제 경우엔, 버스가 서섹스 대학교를 지나가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 거기 가는데는 불과 15분 정도 밖에 안걸립니다. 그러나 중간에 고속도로를 지나서 그렇지 실제 거리는 조금 되기 때문에 결코 걸어갈 거린 아닌 듯 합니다.


버스는 28번, 29번이 있는데, 평일엔 한시간에 2대, 주말엔 1대밖에 운영 안합니다. 그래서 시간 잘 못 맞추면 꽤 기다려야 하더군요.

일단 전 루이스에 도착하자마자 성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우체국 앞에서 내리면(정차역이 아마 High Street 였죠, 아마) 오던 길 반대로 조금만 걸어가면 성 입구가 나옵니다.

사실, '나온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겠네요. 여기 성은 희한하게도 골목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도대체 성이 어디 있는거야?' 하게 되죠.


날씨가 정말 다행스럽게도 너무 좋았습니다. 아니, 나중엔 햇살이 너무 뜨거워 온몸이 타는 줄 알았네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골목 안에 들어서면 뒷편으로 성 같은게 빼꼼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규모는 별로 크지 않아서 둘러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아보였습니다.

들어가려고 보니 입장료를 사야되더군요. 그런데, 이게 너무 어이없이 비쌌습니다. 게다가 패키지 티켓만 팔더군요.

무슨 말인가 하면 성만 보는 티켓은 없고 다른 관광상품과 묶은 것만 팔고 있었습니다. 거의 8파운드 정도 였는데, 아무리 봐도 그 정도 값어치를 못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아쉽지만 전 그냥 패쓰했습니다.

만약 성이 온전한 모습으로 되어 있어서 실내를 볼 수 있거나 하면 모르겠는데, 껍데기만 남은 걸 그 돈 내고 볼 수가 없더군요.

지도를 펼쳐서 다음은 어딜 가나 생각하다 갑자기 기차역이 있는 곳에 가보고 싶더군요. 밤에 봤던 모습과 낮에 보는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고, 제가 가고자 하는 곳들도 기차역을 지나야 했거든요.

기차역까지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을이 참 귀엽더군요. 저번에 갔던 로팅딘2010/02/22 -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영국] - 로팅딘(Rottingdean))과 또 다른 소박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헤이스팅스(2010/04/04 -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영국] - 헤이스팅스(Hastings))같아 보이기도 했네요.


루이스 성에서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10분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지도를 보니 좀 멀어보였는데, 의외로 가깝네요.
기차역 근처 교차로(?)에서 도착하고 보니, 예전에 왔던 기억이 나더군요. 이 때까진 완전히 처음 온 곳처럼 느껴졌는데, 교차로에 서고 보니 '아, 여기구나!' 했네요.



교차로 근처 그늘에서 쉬면서 주변을 빙~ 한반퀴 둘러봤습니다.
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자꾸 그늘에서 쉬게 되더군요--;;


어쩐지 굉장히 신기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방향별로 어떤 특색이 있어 보이더군요. 일부러 저렇게 스타일을 맞춘 건지 아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더군요.
개인적으론 좋아 보였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선 어쩐지 저런 것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 같거든요.

저는 그늘에서 나와 코치역(Coach station)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 근처가 루이스에선 가장 번화한 거리라고 들었거든요. 평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볼꺼리가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가봤습니다.

아, 도중에 교회를 봤는데 우리나라 교회건물 스타일과 참 많이 다르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코치역은 뭐 별거 없더군요. 원래 거기 가면서 생각했던 건 우리나라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개념이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긴, 허접하기는 브라이튼 코치역이 더하면 했지 덜하진 않겠네요^^;;

여튼, 여기서 주변을 살펴보니 과연 조금은 번화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코스타(Costa)가 있었거든요^^

참고로 말씀 드리자면 코스타는 여기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카페로 어딜 가도 하나쯤 보일 정도로 꽤 유명한 곳입니다. 아, 이건 어디까지나 브라이튼에 한해서 입니다. 다른 곳은 잘 모르겠네요.


여튼, 거리에 벤치들이 설치되어 있는 걸 보니 확실히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인 듯 합니다.
길 양쪽에 들어선 가게들을 봐도 여기가 관광객을 위한 곳임을 알 수 있겠더군요.

골목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조그만 다리가 보입니다. 다리 너머 아래를 보니 조그만 하천이 있네요.
물 색깔이 녹색인게 어째 좀 그렇네요.

평일이라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카페 야외 테이블은 빈자리가 별로 없더군요. 아마도 날씨가 더우니 다들 테이블에 앉아 쉬는 듯 하더군요.


길을 따라 계속 더 들어가니 교회가 또 보였습니다.

이 건물들이 지금도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무리 봐도 그냥 전시해 놓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사람들도 그냥 근처에 앉아서 쉬다가 가고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평일이라 그런가...

여튼, 전 여기 근처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집에서 가져온 물이 점심 먹고 나니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주변 건물들을 봤는데, 참 별거 없더군요. 그냥, 음... 가게들도 일반 주택 같달까.

식사를 마치고 나서 짐을 메고 다시 밖으로 걸어갔습니다. 더 이상 안쪽으로 갈 데가 없었거든요.
나오면서는 좀더 구석구석 들여다 봤는데 건물들도 거리도 참 예쁘단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코치역 근처로 와서 지도를 펼쳤습니다. 루이스는 성 말고는 특별한 관광 명소가 없기 때문에 결정하기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벤치에 앉아 꽤 오래 생각했네요. 결국, 강 건너 테스코(TESCO) 근처에 있는 공원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강을 건너러 가기 위해 큰길을 따라 가야했습니다. 마치 야외 국도 옆을 걷는 기분이 들더군요.

아! 아까 조그만 하천이라고 말했는데, 다리에 도착하고 보니 꽤 크더군요. 그리고 하천 한쪽편엔 산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더군요.

요즘 우리나라도 저렇게 많이 하고 있는 듯 한데, 참 좋은 것 같네요. 나중엔 저 하천에서 우리 애들이 물고기 잡으며 뛰어놀 날이 올지 궁금하네요. 그렇게 되야 될텐데 말이죠.


아차, 깜박할 뻔 했는데, 여기 와서 자주 보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부루어리(Brewery)인데 다들 'Harvey's Brewery'란 간판을 내걸고 있더군요. 위에서 오른편 사진에 보면 멀리 굴뚝이 있는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이 부루어리랍니다. 캔트에서 봤던 거랑 좀 다르더군요.

여튼, 하비란 이름은 아마 유명한 부루어리 이름을 따왔나 봅니다. 왜 우리나라도 포천에 가면 저마다 원조 이동 막걸리니, 이동 갈비니 간판을 내걸잖아요. 여기도 그런 듯 하네요.
음... 사실, 전 하비는 쉐리(Sherry)를 제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계속해서, 위 아래 왼편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건물이 테스코 건물인데 제가 본 정보에 의하면 저기 너머에 공원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하천 따라 걸어갔습니다.

테스코를 지나 얼마 안가서 눈앞에 푸른 초원이 확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브라이튼과 달리 풀밭에 사람은 전혀 안보이고 다들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더군요.
너무 뜨거워서 그런가? 브라이튼에선 그렇게 더운데도 풀밭이 사람들로 가득찼었는데...


주변엔 자전거랑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전 너무 더워서 그늘로 잠시 몸을 피했습니다.
역시... 아무리 영국이 흐린 날 많다고 해도 이런 뜨거운 햇살 아래는 싫더군요.

그나저나 여길 보고 나니, 이젠 정말 딱히 갈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여기서도 꽤 오래 고민을 했네요... 라지만 실은 그냥 쉬었습니다. 너무 더워서... 게다가 물도 바닥이 나서 정말 죽을 맛이더군요.

이렇게 더운데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나 궁금하더군요. 특히 영국 사람들은 에어컨 안 좋아한다는데, 정말 더위를 안타는건지...
지도를 보다보니, 근처에 수영장이 있더군요. 그래서 일단 거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짜피 수영은 안하지만 어쩐지 근처는 좀 시원한 공원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지도 상 직선거리는 상당히 가까웠는데, 강을 건너야 되더군요. 그러나 중간에 다리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따라 빙~ 돌아가야 했습니다.

Pells Seasonal outdoor Swimming pool. 이게 거기 이름이더군요.
아마 루이스에 있는 유일한 수영장 같았습니다.


그런데 참 당황스럽게도 수영장으로 가는 입구로 가는 길이 참 거시기 했습니다. 처음 그 근처에 도착했을 때 설마 이 길이 그 길일까 하고 망설이는 통에 쓸데없이 발품만 팔았네요. 나중에 수영장으로 가는 듯 한 가족을 발견해서 따라갔었죠. 첫번째 사진이 바로 그 입구로 가는 길인데 좀 그렇지 않나요? --;;

여튼, 저 길을 지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소가 나타나는데 꽤 놀랬습니다. 조그만 하천도 있고 그 옆으로 벤치들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공원엔 수영복 입고 뛰어댕기는 애들도 보이더군요. 사실, 한국에선 비키니 입고 풀밭에 뛰어댕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좀 신기했네요^^;;
그리고 담벼락 너머에 있는 풀밭은 수영장 이용객들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는 것 같았는데, 옆에 서서 보니 사람들이 그냥 담 뛰어넘어 들어가더군요^^;;

그늘에 쉬면서 지도를 다시 펼쳤습니다. 이젠 정말, 정말 갈데가 없어 보이더군요.
하... 인터넷을 검색해봤을 땐 HM Prison도 유명한 관광지라던데, 가봐야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고 Anne of Cleves House(위키피디아 링크)란 곳은 티켓을 안끊었으니 어짜피 못 보고...
정말 고민되더군요.

한참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Anne of Cleves House를 지나 루이스 수도원(Lewes Priory)를 마지막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이라 한 이유는 거길 갈려면 지금 있는 곳에서 루이스를 가로질러 정반대편으로 가야됐거든요.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어딜 간다는 건 너무 무리다 싶었네요.

루이스에 있는 건물들은 가게 외에도 일반 주택들도 참 예쁜 것 같네요.
이런 데 살고 있으면 도시 같은 덴 적응하기 힘들 것 같더군요.


꽤 걸었습니다. 기차역을 지나 한참 걸었네요.
흐휴...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는데, 앤 뭐시기에 도착하고 보니 공사중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뭐하는 곳인지 조차 알아보지 않았네요--;

여튼, 거기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 별거 없어 보이더군요. 입구 근처에 요금표가 있길래 봤더니 세상에, 거의 5파운드나 하더군요!
휴...
루이스 성에서 패키지 티켓을 안사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

여길 지나 계속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수도원 비스무리한 건 보이지 않더군요. 하다못해 표지판 하나 없었네요.
대신 공원 근처에 공동묘지 같은 데가 눈에 띄어 가봤습니다.


묘지가 음... 멀리서 봤을 땐 눈에 쏙 들어오더니 막상 가까이 가니 그냥 그랬네요.
그래서 사진 몇장 찍고 바로 거기서 나왔습니다. 나오다 보니, 길 맞은편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더군요.
'아! 저긴가 보다! 저기로 가면 수도원으로 갈 수 있겠네'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니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냥 조그만 공원 달랑 하나 있었네요.



어찌나 허무하던지...--;;
결국, 수도원 찾길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공원 뒷편으로 사람들이 걸어오는 게 보이더군요.
'보아하니 관광객 같은데, 저 사람들이 저기서 왔다는 건 저쪽 편에 뭔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이런 생각에 다시 그 사람들이 왔던 길을 걸어가봤죠.



결론은 '아무 것도 없다' 였네요--;;
사람들이 나왔던 코너를 꺾자 눈에 보이는 건 고속도로와 기차길이더군요.
갑자기 맥이 빠지니 피로가 확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늘을 찾아 가방을 내리고 앉았습니다.

수도원을 못본 게 마음에 좀 걸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더군요. 루이스를 동서남북 거의 다 돌아다녔으니...
이후 다시 짐을 챙겨들고 코치역까지 걸어 갔네요. 원래 그냥 버스를 탈거면 성 근처로 가면 되는데 코치역 근처에 있는 웨이트로즈(Waitrose)에 들러서 음료수를 사갈려고 일부러 좀더 갔죠.

여튼, 그렇게 미뤄왔던 루이스를 드디어 다녀왔네요. 솔직히 그닥 맘에 들진 않았지만 살기엔 좋겠다 싶었습니다. 원래가 관광지가 아니니 그런거겠죠.
그래도 결론적으론, 본파이어 때 아니면 굳이 가 볼만하진 않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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