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시선의 함정 본문
어린 소년의 발을 보았습니다.
불이 일렁이는 조그만 용기 앞에 선 그 소년의 발은 많은 것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신발도 없이 많은 곳을 다녔을 듯 멀리서도 굳은 살이 박혀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소년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 발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삶이 고생스럽고 힘들어 보일 만도 한데도 이상하게도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년의 발 옆에 있는 불꽃처럼 싱그런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저 소년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아마 그 소년의 표정 때문이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소년의 밝은 표정 때문에 그의 발이 힘들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네요.
실제로 그 소년이 힘들어 했는지 아니면 행복한지 또는 즐거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 소년의 표정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위 사진을 보세요.
소년이 무얼 생각하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냥 불행하거나 힘들었을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이런 게 함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소년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옆에서 보는 관찰자로서 저 발만 본다면 분명 좋지 않게 생각했을 테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 마음대로 규정지어 버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진에서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 점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눈에 띄는 한 사실만을 보려 한다는 거.
그리고 그게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다른 부분까지 보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 텐데…
우린 자주, 하나만 보고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듯 하네요.
-빠탄의 한 사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