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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상 이야기

선물을 받는 마음

JosephKimImage 2010. 9. 22. 12:18



카트만두 시내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사원들을 보다 보면 가끔 사원 근처에 물이 나오는 곳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설을 천천히 둘러보면 알 수 있는 게 위생 상태가 참 별로란 거죠.
흘러나오는 물을 봐도 깨끗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런 물을 사용할 리는 없을 테고 그냥 미관상 저렇게 만들어 놓았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한 사원 근처에 갔다가 위 사진의 모습을 보았죠.
저 물을 받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좀더 돌아다니다 보니 저런 곳에서 물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깨끗해 보이지 않는 물 같은데, 저걸 받아 가더군요.

저라면 단연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차라리 안 씻고 말지 할 텐데 여기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도 사용하네요.

위생이 어떻고 보건이 어떻고 이런 문제를 떠나서 일단 여기 사람들은 저 물을 무척 감사히 이용한다고 합니다.
깨끗한 지하수를 퍼는 데도 돈이 많이 들기도 하고 그나마 저런 물이 없으면 멀리서 길어 와야 하니 그렇겠지요.

같은 물임에도 불구하고, 전 감사한 마음은 커녕 누가 저 물에 발 담그라고 그럴까 두려운데, 여기 사람들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고 있습니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서 이렇게 받아들이는 감정은 다르네요.

그런데 있잖아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전 그들의 마음으로 저 물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들의 마음으로, 저들의 생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모든 일에 있어 타인의 눈과 마음으로,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트만두, 조그만 사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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