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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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산다는 것

뮤지컬 'A Chorus Line'

Energise-r 2012. 11. 20. 20:03

브리즈번은 그나마 시드니, 멜번과 함께 큰 도시이기 때문에 완소 공연을 즐길 기회가 생기지요. 

15년 간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 공연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토니상을 9개나 받았다는 뮤지컬 A Chorus Line이 딱 3주만 공연을 하더라구요. 두 달 전부턴가 미리 예약을 하고 기다렸답니다. 아쉽게도 런던과 달리 싼 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는데요....

공연관인 Queensland Performing Art Centre 홈페이지 http://www.qpac.com.au에서 예약했답니다. 보시고 싶은 공연을 선택하신 뒤 좌석을 고르시면 가격이 뜨지요....후덜덜....저희는 아기가 태어나면 공연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려 앞에서 네 번째 줄 AA석을 예약했지요. 두 사람 티켓에 6달러 정도의 수수료까지 합하니 255.75달러.....헉...


이 날의 공연 때 입으려고 새 임부복도 아껴 놓았건만.... 정작 당일 폭풍 주의보가 있어 싱숭생숭 했지요. 갈 때까지는 날씨가 아직 괜찮았고, 마침 그 어렵다는 시티 주차도 무사히 했구...


예약해 놓은 표를 매표소에 가서 수령하고 나니 한 시간여 정도가 남네요. 그래서 근처 커피샵으로 고고.....으흠...호주니까 용기 내어 입는 드레스입니다. 공연 보러 올 때 언니들이 어찌나 멋을 내고 오던지요.....(남성 분들은 어딜 가든 청바지인데...)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앞에서 넷째 열, 중간이다. 앞줄을 차지하고 있는 다운 증후군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단체에 좌석을 기부한 게 아닌가 싶어 괜시리 흐뭇해진다. 그리고 불이 꺼질 때까지도 우리 앞좌석 두 개만 비어있다. 다른 자리들은 다 찼는데....운이 무척 좋은 날인가 보다. 



공연 때는 당연히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멋진 장면 장면을 전달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2시간 여의 공연이 금새 끝났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어쩜 배우들 모두가 고르게 그렇게 잘하는지.... 뱃 속 순둥이도 신났는지 톡톡 신호를 보내왔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같이 여덟 명 안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댄서들. 그리고 이들이 왜 춤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다채로운 개인사가 펼쳐진다. 특히나 남자 댄서들은....춤은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는 그런 세상의 시선 속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부모의 반대가 마음 아프게 그려진다. 

연습 과정 중 부상을 입은 한 댄서로 인해...."내가 춤을 추지 못하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 동료 댄서들. 그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노래했다. "I won't and I can't regret what I did for love." 참 마음에 와 닿았다. 나도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공부, 일...모두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한 일이다. 후회 없이 이 순간들을 온전히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마지막 장면에 박수를 치는데, 왜 눈물이 그리 흐르던지....비싼 표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시간들이 보상되는 시간이었다. 순둥이 태교 핑계 삼아....한 번 더 좋은 공연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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