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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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산다는 것

뒷마당이 있는 삶

Energise-r 2014. 4. 30. 18:35

호주에 와서 주거환경이 다른 점이 여럿 있겠지만...그 중 하나는 처음 가져보는 뒷마당이다. 어릴 때도 우리집은 마당 같은 게 없었다. (제주도라고 하면 시골 풍경만을 떠올리는 분들에게는 의외이겠지만..) 그래서 내게 뒷마당은 지극히 호주스러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남편 죠셉 왈, trimmer로 하기에는 크고 mower로 하기엔 작다는 사이즈의 야드다. 여기 사시는 분들 보면 참 부지런히 야채며 과일이며 심어다 따 드시고 그러던데...뭐, 일단 나 같이 게으른 이에게 가드닝은 뭐 해당사항이 없다. 몇 개 선물받은 화분마저 다 죽어가고 있으니..

그래도 재의가 우리에게 오기 전엔 남편과 모닝커피를 즐기고 밤이면 쏟아질 것 같은 별을 즐기곤 하였으나 그런 낭만은 사라진지 어언 1년이다.

대신 요즘엔 재의로 인해 새롭게 발견한 뒷마당이 주는 기쁨이 있다.


1) 꽂이며 벌레 구경하기 - 벌레는 질색하면서 맨날 보러 가자고 하는 재의. 


2) 뽀송뽀송한 햇살 냄새 가득한 아기 빨래 - 사실 애기 데리고 빨래 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잘 기다려 주면 이렇게 상으로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요즘은 효자 상품인 자전거에 태워 한 손으로 밀면서 한 손으로는 빨래를 넌다. 


3) 이웃들과의 펜스 틈새 인사

우리는 타운하우스에 살기 때문에 여러 세대가 수영장, 바베큐 시설 같은 시설을 공유하고 펜스를 맞대고 있다. 우리 옆집에는 고양이 모찌가 살고 (주인 언니가 일본찹살떡 모찌를 좋아하신댄다)...또래 아기 앤디와도 틈새 인사를 종종 주고 받는다. (보통 할머니가 데리고 산책하시는데 중국말로 열심히 말을 건네시나 난 중국어를 모르니 그저 미소만...)


이 목록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갈 것 같다. 예전에 모래놀이치료 배울 때 결심했던 대로 흙 주물럭거리며 놀 수 있게 자그마한 모래밭(?)(sand pit)도 만들고...텐트 치고 놀 수도 있고...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지난 대선 때 정도로 후유증이 심한 것 같다. 우울하고 눈물나고 욕나오고.... 재의 보면 그래도 미소가 지어지고 깔깔 웃게 된다....재의에게는 우울하지 않은 세상 만들어줄 수 있도록 힘을 더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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