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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amily Story
한국에서 온 조카가 떠나기 전 마지막 일정은 웰링턴 포인트였다. 최근 썰물 시간이 계속 잘 맞지 않아서 미루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잡은 게, 소라게는 다시 곧 풀어줄 거지만 잠깐 동안이라도 땅파고 놀 수 있게 가져간 컨테이너에 모래부터 채우는 아드님이다. 작은 소리, 인기척에도 게가 쑥 자기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지 자세로 숨죽이고 기다리기를 한창. 꼬맹이들이 한참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이럴 때는 이게 가능하구나 싶다. 이렇게 즐거운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주말에 친한 다른 세 가족과 숀클리프에 다녀왔다. 마침 날씨도 아주 좋았다. 바다가 나오니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서둘러 한 장 찍어 본다. 제티가 참 평화로워 보인다. 아직 물놀이를 하기에는 차서... 게를 잡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사진을 찍어 기억에 남기고 작은 게랑 새우는 다시 돌려 보내 주었다. 아이들이 모여서 놀이를 한다는데 나보고 술래를 정해달라 그런다. 눈을 감고 자못 진지한 모습이 다시 보니 참 재미있다. 혹자는 내가 교주 같아 보인다고.... 맛있는 씨푸드를 테이크어웨이해서 먹고...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바다를 보고 얻은 힘으로 다음 한 주 또 잘 살아야겠다.
호주에서는 낚시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나나 남편은 기다리는 데 재주가 없어 낚시 타령을 하는 아들 녀석에게는 게잡이로 대신하곤 한다. 웰링턴 포인트 바닷길 열릴 때가 최고다. 이 두 남자가 똥 싸는 폼으로 나란히 앉아 뭘 하는 건지? 게들이 이렇게 나왔다가 약간의 인기척만 있어도 쏙 구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숨을 죽이고 없는 듯 기다리는 것이다. 게가 아무도 없다는 듯 구멍에서 멀리 나와있을 때 그 구멍을 막아버리면 당황한 게는 잡히게 마련이다. 한 쪽 집게발이 커서 행여 물릴까 무서운데, 아이는 이제 곧잘 잡는다. 가만히 기다리는 녀석...저렇게 가만히 있기가 아이에겐 참으로 드문 일이기에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집에 돌아올 때면 게를 놓아주며 작별 인사를 한다. 이렇게 외출 나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