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호주 영어에 적응하며 살기 본문

호주에서 산다는 것

호주 영어에 적응하며 살기

Energise-r 2012. 5. 13. 17:21

내가 처음 호주로 공부하러 오게 될 때, 영어 발음을 두고 주위에 걱정하는 분도 더러 계셨다. /a/ 발음이 유독 강해서 그런지, 한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 고국인 호주로 돌아가면서 한 말인 ‘I am going home today’가 ‘I am going home to die’로 오해를 받았다던가, 호주 영화는 미국에서 상영될 때 자막이 필요하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교수님들도 종종 미국이나 영국에서 영어가 안 통하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시는 걸 보면, 호주 영어가 다르긴 다른 것 같은데 꼭 발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스타일이나 어휘가 다른 부분도 크다. 오늘은 그래서 호주 영어의 다른 스타일과 어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격식 없는 호주 영어

I had a nana and a sanger for brekkie and then went to the uni. 이 영어인데도 영어 같지 않아 보이는 문장은 원래 I had a banana and a sandwich for breakfast and then went to the university이다. 바나나(banana)를 nana로, 대학은 university를 uni로 앞뒤 짤라 먹는 형태의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y나 –ie를 붙여서 귀엽게 줄이는 경우가 많다. 가령 Australian은 Aussie 또는 발음만 따서 OZ라고 줄여 쓰며, 모임마다 빠지지 않는 먹거리인 바비큐(Barbeque)는 Barbie, 비스킷(biscuit)은 bikkie가 된다. 트럭 운전사인 truck driver는 truckie, 우편 배달부인 postman은 postie, 부모님은 parents 대신 oldies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o도 종종 사용되는데, afternoon 대신 arvo, language는 lingo, smoking break는 smoko이다. 이런 단어들이 한 문장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 그야말로 내 귀에는 영어가 아닌 셈이다.

<호주 영어 표현을 활용한 기념품>

 

같은 뜻 다양한 단어

이렇게 다르다 보니 실수도 참 많이 한다. 수업 종강 파티를 하는데 ‘Bring a plate’란다. 무슨 접시를 가져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파이를 구워갈까, 샐러드를 가져갈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알았다. 빈 접시가 아니라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몇 달 전에는 앞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다. 내가 자른 앞머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bangs’라고 했더니 친구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fringe?’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앞머리가 미국에서는 bangs이고 영국이랑 호주에서는 fringe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한 번은 누가 내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고 “Are you crook?” 이런다. 아니, crook이면 사기꾼이라는 뜻이 명사인데, 뜬금 없이 무슨 소리인지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아프냐고 물은 것이란다. ill이나 sick 대신 호주에서는 crook이 종종 쓰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어가 다는 아니다!

사실 외국인으로서 미국 영어든, 영국 영어든, 호주 영어든 잘 안 들리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지난 2년 영국과 호주에 있으면서, 그리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미국 영어가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사소통을 하는 도구인 영어가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 우월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 이제는 콩글리쉬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지구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때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