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amily Story

크리스틴 오버롤의 '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 본문

볼 꺼리, 읽을 꺼리

크리스틴 오버롤의 '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

Energise-r 2013. 7. 21. 11:13



현재 4개월이 된 아기를 두고 있는 나로서는 도서관에서 자연스레 제목에 시선이 갔다. 


이 책의 저자 말대로 우리는 "왜 아이를 갖지 않는지'는 묻지는 '왜 갖는지'는 묻지 않는다. 결혼했으면 아이는 다음 수순으로들 생각한다. 나는 결혼 7년차가 되어서야 아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뭔가 그럴 듯한 동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내 나이가 더 이상 늦출 수는 없기에, 가 아마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아이를 가질 권리와 가지지 않을 권리를 다룬다. 인종이나 성적 취향 등이 출산권을 억제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여성의 몸이 도구화되지 않도록, 여성의 신체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런저런 고려 끝에 만약 가지기로 했다면 좋은 이유를 가지고 있는 편이 양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가능할 수 있는 이유로 여러가지가 제시된다. 결과론적 입장에서 봤을 때는 부모에게 아기가 주는 혜택이나 기쁨, 혹은 형제자매에게 주는 혜택 (아픈 형제에게 골수를 기증하기 위해서라던가 기존 아이가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기를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파스칼의 '신을 믿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처럼 아이를 낳아서 생길 결과는 거저 미지의 영역일 뿐이다. 

의무론자들의 논거로는 핏줄 잇기, 후세대 봉양,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의무 등이 언급된다. 이 또한 선택권 없이 태어난 아이에게 의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그러고 그 의무 자체가 타당한지의 측면에 있어서 좋은 답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저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를 통한 재창조'이다. 아이와의 관계, 나아가 부모로서 나라는 인간의 재창조를 말한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한다는 구절은 정말 공감했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조건적인 사랑'이되 아이가 뭘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존재로서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말장난 같다. 존재가 이미 주어진 이상,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게 무조건적인 사랑이랑 뭐가 다른 것이지....)

여튼 아이는 결혼 생활을 구원하는 수단도 (사실 더 싸울 일이 늘어나기도 한다), 가계나 국가 존속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아기와 사랑을 주고 받는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그 사랑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성장하는 일....아마 부모라는 이름이 주는 선물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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