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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amily Story
어느 날 오후, 집으로 가는 길에 토끼 삼형제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공사장 옆에서 풀을 뜯어 먹나 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네요. 그저 자기들끼리 노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이리 뛰어갔다가 저리 뛰어갔다가.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뛰어다녔네요. 한참 재미나게 구경하다 집으로 가야지 하고 돌아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얼마를 갔을까? 또 다시 그들을 만났습니다. 여전히 바빠 보였네요. 그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어린 아이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신나 보이기도 하고 나름 뭔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만나고 나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신선한 생명력을 공급받은 마냥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네요. 저 토끼 삼형제 덕분에 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파란 빛과 붉은 빛의 오묘한 조합이 돋보이는 오후 하늘.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옅은 구름 띠. 그리고 그 공간을 날아가는 한마리 새와 그 아래 공사현장. 어쩐지 어색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하는 건 정말 파괴 뿐인 건지... 저 새는 아래에 펼쳐진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름다움을 느끼는 한편 씁쓸함을 느낀 순간이었네요. 이날 오후는 말이죠.
가게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것인지 꼼짝 않고 한참을 저렇게 있는 개를 봤습니다. 주인은 개줄을 가게 앞 난간에다 묶어 놓고 들어 간 듯 했네요. 지나가면서 신기해서 쳐다봤는데, 그 녀석도 제가 신기했나봅니다. 사진기 꺼내서 찍는 동안에도 꿈쩍도 안하고 저렇게 절 보고 있었네요. 그런데, 뷰파인더를 보는 순간 눈에 들어온 글자, 70% 세일. 이상하게도 그 글자가 가게 앞에 앉아있는 저 개와 엮이더군요. 마치 개를 팔기 위한 간판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저 개가 슬퍼보였습니다. 누군가 나를 팔겠다고 저렇게 옆에다 간판을 건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스코틀랜드의 조그만 마을, 길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