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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amily Story
어느 기차역에서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기차를 기다리는 할머니를 봤습니다. 별로 특이할 것 없는 모습이었죠. 그런데 길 건너편 유리에 비친 할머니 다리로 제 시선이 자꾸 향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미쳤나 왜 이러지? 잠시 그러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저게 눈에 자꾸 들어오는 걸까? 어떤 생각이 제 머리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러다 할머니 옆에 강아지를 보는 순간 그 생각이 무엇인지, 왜 건너 편에 비친 할머니 다리에 흥미(?)를 느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젊었을 땐 저렇게 앉아 멋진 각선미를 자랑하며 젊음을 만끽하였을텐데, 지금은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였던 거죠. 옆에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그나마 벗을 해주고..
가느다란 막대기 위에 매달려 있는 저 연. 빙글빙글 돌아가는 몸통은 오묘한 색을 만들어 내는 듯 하고, 팔랑거리는 꼬리는 우아한 몸짓처럼 보이네요. 가끔은 화려한 움직임으로 시선을 뺏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시나요? 저 아름다운 몸짓이나 모습은 저 연 혼자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걸. 바람이 있기 때문에 저 연은 공중에 뜰 수도 있고, 바람이 변하기 때문에 화려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죠. 사람들은 가끔 화려함에 시선을 뺏겨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지 잊는 듯 합니다. 마치 자기 혼자 빙글빙글 돌고 모양을 바꾸는 듯이 착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사람사는 곳에서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타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돋보일 수 있다는 거, 혹은 타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종종 ..
올해도 어김없이 게이 페스티벌(Gay Festival)을 맞이하였습니다. 보통 브라이튼의 경우 매년 8월 첫째주에, 런던의 경우 7월 첫째주에 행사를 합니다. 한 주 동안 여러가지 이벤트들을 하고 여기저기 다양한 볼꺼리를 제공해서 이제는 게이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가 된 듯 합니다. 그런데 여러 이벤트 중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행사의 마지막 날에 하는데, 이걸 보기 위해 일부러 이 기간에 여행을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올해 퍼레이드가 이동한 경로는 왼편의 지도와 같습니다. 딱 보기에도 꽤 길어보이죠. 저 거리를 거의 2시간에 걸쳐서 이동하게 되는데, 길가에는 넘쳐나는 사람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