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집콕 (14)
J Family Story
이스터가 끝나고 개학이다. 그렇지만 아직 정상화가 안 되었기에 불가피한 상황에 있는 학생들만 학교를 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호주에서는 한 4-5주 이렇게 홈스쿨링을 시행할 계획이다. 새로 앱을 깔고 이것저것 분주했다. 아이 학교에서는 방학하면서 각자 학교에서 쓰던 아이패드를 받아왔는데, 거기에 이미 교육용 앱이 많이 깔려 있어서 많이 복잡하지는 않았다. 월요일 아침 아홉시...교복을 입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까치집 머리는 어쩔.... 다들 이렇게 화상채팅이 처음이다 보니 마이크 음소거 하는 법을 몰라 소음이 대단했지만, 점점 나아졌다. 여튼 첫날 방학 동안 뭐 하고 지냈는지 한마디씩 돌아가면서 하는 데에만 40분이 흘렀다. 그리고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시고 과제를 내 주시고..
에너지 넘치는 아드님이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 키즈 요가도 하고 마당에서 공놀이도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바로 엄마 아빠랑 하는 베개 싸움이다. 사실 10분만 해도 땀이 쏙 나는 강도 높은 운동(?)이다. 이 날은 남편이 희생양... 나랑 할 때보다는 더 인정사정 없는 남자들의 베개 싸움이다. 그래도 이렇게 아들이랑 한바탕 몸을 쓰고 놀아주고 나면 제대로 놀았다는 기분이 들긴 든다. 그렇지만 그 10분은 무척 더디 간다.
4일간의 이스터 연휴이다. 이렇게 집에서 보내기는 호주 와서 첨인 것 같다. 집콕인데 야속하게 날씨마저 너무 좋다. 그래서 뒷마당에 텐트를 쳤다. 낮에는 책도 보고 춤도 추고.... 초저녁엔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사순 기간인 40일 동안 금주했던 남편이 간만에 들이키는 맥주 한 병은 꿀맛이다. (3월 생일 때 선물 받은 맥주를 냉장고에 고이 모셔 두었던 강한 의지력의 싸나이!) 불피우고 준비하는 데에 한 시간 정도 걸리니 남편이 고생이다만 고기 맛이 확실히 더 좋긴 하다. 그리고 밤에는 마시멜로 구워먹기다. 캠핑 파이어 용으로 큰 마시멜로를 사 왔는데, 하나를 다 먹기가 영 부담스럽다. 그래서 그저 불이 붙으면 성화 봉송을 하며 놀았다. 나무가 숯이 되고 불길이 잦아 들어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