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다반사 (42)
J Family Story
한적한 카페 한쪽 구석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딱히 무엇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행인들, 길거리 모습들, 그리고 시간의 흐름들을 보고 있죠. 실내에 흐르는 조용한 음악 소리는 클래식이었는지 재즈였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 자체가 음악 같이 느껴졌었죠.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평화만 있는 것 같네요. 그 누구도 고통 받는 이 없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정말 세상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뭐, 세상이 그렇게 된다고 저한테 떡이 떨어지는 건 아닐 텐데 그냥 그랬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위인이 되고픈 마음도, 세계평화를 위해 몸 바치겠단 각오도 없지만 그냥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저 지금 이 순..
어릴 적엔 비행기를 조정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척 자유로워 보였거든요. 저 하늘 어디로든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고, 저 하늘 너머 어딘가에 있을 미지의 나라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그런 제 마음을 더 부추겼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째든 나중에서야 비행기도 나름의 길이 있고 규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제 머리 속에 떠오른 게 위 이미지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원래의 파란 하늘은 어디 가고 없고 대신 온 세상이 어둡고 갑갑하게 변해 버렸죠. 그렇게 자유롭고 전지전능해 보였던 비행기는 마치 종이 비행기 마냥 불안해 보였고, 심지어 땅에 있는 나무 가지에 걸려 뚝 떨어질 것만..
어느 여행지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맞은 편에 앉은 한 여자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듯 차가운 벽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있었죠. 무척이나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 하나 없었는데 어쩐지 바람이 불어 오는 듯도 했네요. 어떻게 보면 아이 같은 표정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장 아무런 걱정 없이 그냥 쉬고 있는 듯한 느낌. 그래, 쉴 땐 저렇게 쉬어야 해.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쉴 때조차 불안해 했는데, 그녀의 표정을 보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네요. 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쉬어야 한다는 걸. 생각해보니 지금까진 전, 쉴 때도 쉬는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을 때도, 커피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를 들고 있을 때도, 친한 지인들과 술 한잔 할 때도 쉬는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