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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amily Story
프랑스 파리의 어느 벼룩시장을 갔을 때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물건들을 꺼내느라 부산한 상인들과 그들이 꺼내는 물건들을 보느라 바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죠. 저 역시 상인들이 내놓은 물건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답니다. 그러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장식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이들의 얼굴과 그 아래 음표를 그려놓은 악보. 이상하게도 전 그걸 보는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무언가 쟤가 나한테 얘기를 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리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뭔가 슬픈, 혹은 고통스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음악은 너무나 고통스런 일이다. 이게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는지 모르겠어요. 또는 예술을 하는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고뇌를 해야 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르..
어릴 적엔 비행기를 조정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척 자유로워 보였거든요. 저 하늘 어디로든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고, 저 하늘 너머 어딘가에 있을 미지의 나라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그런 제 마음을 더 부추겼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째든 나중에서야 비행기도 나름의 길이 있고 규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제 머리 속에 떠오른 게 위 이미지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원래의 파란 하늘은 어디 가고 없고 대신 온 세상이 어둡고 갑갑하게 변해 버렸죠. 그렇게 자유롭고 전지전능해 보였던 비행기는 마치 종이 비행기 마냥 불안해 보였고, 심지어 땅에 있는 나무 가지에 걸려 뚝 떨어질 것만..
어느 여행지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맞은 편에 앉은 한 여자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듯 차가운 벽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있었죠. 무척이나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 하나 없었는데 어쩐지 바람이 불어 오는 듯도 했네요. 어떻게 보면 아이 같은 표정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장 아무런 걱정 없이 그냥 쉬고 있는 듯한 느낌. 그래, 쉴 땐 저렇게 쉬어야 해.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쉴 때조차 불안해 했는데, 그녀의 표정을 보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네요. 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쉬어야 한다는 걸. 생각해보니 지금까진 전, 쉴 때도 쉬는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을 때도, 커피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를 들고 있을 때도, 친한 지인들과 술 한잔 할 때도 쉬는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