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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amily Story
지인과의 약속 시간 전 들른 비자림이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예전에 비자림이 어땠더라, 생각이 들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 전에 너무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았나....재의는 벌써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벤치마다 쉬어가고 또 쉬어가고...약수 한 잔에 기운을 차리는가 싶더니 이내 등에 업힌다. 그래서 비자림은 그냥 아주 짧게 보고 돌아왔다. 그래도 신록에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나들이였다.
요즘 핫하다는 월정리 바닷가에도 들렀다. 김녕 바다보다는 깨끗하고 놀기가 좋아서 재의는 금새 신이 났다. 중간에 화장실도 들를 겸 까페에 들러서 수제사탕으로 당분을 보충했다.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우리는 아랑곳 없이 다시 물놀이 즐기기 삼매경에 빠졌다. 엄마도 젖어야 된다고 기를 쓰고 미는 재의 녀석... 김녕에서는 좀 아쉬웠는데, 그래도 물놀이 모래놀이를 좀 했더니 참 행복하다. 즐비한 까페들은 외국필이 나는 곳이 많았다. 먹거리는 인상적인 건 없었지만, 그래도 제주에서 내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를 물놀이였다.
제주 바다 중에서도 내가 좋아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김녕이었다. 물이 맑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제주 행에서도 김녕을 제일 먼저 찾았다. 우선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좀 우울한 첫인상이다. 풍력 발전소가 새롭게 눈에 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지저분한 해안이다. 그 와중에도 결혼 셀프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이 있어 의아하고 안쓰럽고 그랬다. 재의도 실망한 모습이다. 바다에 온갖 쓰레기가 있는 걸 보면서 "바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인가 봐"라는 말까지 했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이다. 오랫만에 찾은 김녕이 추억 속의 모습이 아니라 변해버린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다음 번에는 다시 깨끗한 모습을 찾았길 바래본다.